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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실험 가능성과 현실적 어려움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5-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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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최근 미국 고용지표 등 실물경제 부진 속에 연준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채택 가능성이 세간의 관심사가 됐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이 마이너스 정책금리 가능성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 실험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들이 엿보이기도 했다.

특히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저금리 선호가 체질화된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대통령도 마이너스 금리 필요성에 대해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최근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관계자들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 연준과 트럼프, 이제 '마이너스 금리' 놓고 이견

제롬 파월 의장은 현지시간 13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화상 연설에서 "코로나19가 경제 전망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하방 위험도 상당해 추가적 재정 부양이 필요하다"면서 "연준도 경기 회복세가 확고해질 때까지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그러나 세간의 관심사 중 하나였던 마이너스 금리 도입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마이너스 금리 실효성을 두고 평가가 혼재돼 있다"고 했다.

지난 주말엔 다른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 사이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이 나온 바 있다.

당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는 효과가 약한 정책 수단"이라며 "크게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활용할 것 같지 않다"면서 "기준금리가 제로 근처에서 한동안 머물 듯하다"고 관측했다.

시장 일각의 마이너스 정책금리에 대한 기대감 속에 일단 연준 내 기류는 '부정적'인 쪽으로 흘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의 발언에 대해 곧바로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너스 금리를 원한다. 파월의 생각에 동의 못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파월 연설 전날인 12일에도 "다른 나라는 마이너스 금리 수혜를 받고 있다. 미국도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서 마이너스 금리 얘기가 나오자 이 기회를 이용해 다시금 연준을 압박하고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연준이 금리를 대거 150bp나 내리면서 '제로금리' 시대로 회귀하자 연준을 칭찬하기도 했으나, 주변에서 마이너스 금리 얘기가 나오자 이를 연준에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는 줄곧 미국 금리가 유럽 등 경쟁국보다 높다면서 저금리 옹호 발언을 이어갔다.

연준의 금리 정상화(인상)을 비난하다가 금리 인하로 분위기가 바뀌자 적극적인 인하를 종용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제로금리를 선택하자 일시적으로 흡족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금리를 내릴 '플러스 공간'이 소진되자 마이너스 금리 주장에 합류한 것이다.

■ 지난 3월 하순 마이너스 금리 맛을 봤던 美 단기국채 금리

지난 3월 미국 연준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제로금리까지 금리를 인하한 뒤 안전자산 선호와 함께 달러 현금 확보 러시가 일자 단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이기도 했다.

3월 25일 미국의 1개월과 3개월 국채수익률은 -0.010%, -0.030%를 나타내 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1개월과 3개월 국채 금리가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4년 반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금리 수준도 4년 반 전의 레벨(-0.002%)을 밑돈 것이었다.

3월 하순엔 CP와 지방채 등으로 문제가 확대되자 MMF의 국채 수요가 더 증가한 가운데 국채3년물 금리가 -0.05% 수준 근처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또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에 더해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단기물 매입 비중을 높여 금리 하락 압력을 가중시킨 측면도 작용했다.

지난해 9월부터 단기자금 부족으로 레포 금리가 급등하자 연준은 레포 자금을 운용하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가 증폭됐을 때는 금융사들이 보유 중인 달러를 가지고만 있으려고 하기도 했다. 작년 단기자금 불안 때문에 현금 선호가 강화되고 MMF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올해 3월 6천억 달러를 넘는 자금이 MMF로 몰려들었으며, MMF 중 국채 비중이 절반 정도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선호가 더 강화돼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단기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작년 10월부터 단기채 매입을 시작한 것이 금리를 더 낮췄던 것이다. 연준이 3월 16일부터 공격적 자산매입에 나선 뒤 보유중인 T-bill은 기존 60억 달러에서 3천억 달러를 훌쩍 넘는 규모로 불어나기도 했다.

■ 미국, 마이너스 정책금리 채택의 어려움과 어려운 경제여건

연준이 마이너스 정책금리에 조심스러운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꼽히고 있다.

우선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경기를 살리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유로존, 일본 등의 사정을 감안할 때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 회복에 기여한 부분은 거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또 기본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 시스템을 왜곡하고 금융사들의 자금 중개기능을 저하시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출보다 채권 발행 등을 통한 직접 조달시장이 발달돼 있는 미국의 특성상 마이너스 금리 실험은 위험이 크다는 진단도 있다.

제대로 투자할 곳을 정하지 못한 자금들이 모여드는 미국 MMF 시장이 5조 달러 가까운 수준으로 큰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자칫 시장의 혼선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예금기관이 연준에서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는 법률 현실을 감안할 때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은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지시간 7일 FF금리 선물시장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올해 12월 선호 실효FF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선 이런 현상은 적극적인 통화, 재정정책으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문홍철 DB금투 연구원은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지 않을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미 정부채 레포나 일반담보 레포금리가 이미 3월말부터 간간히 마이너스를 보였다"면서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특정인 '유동성 분절현상'이 은행 시스템과 크레딧 시장의 극명한 유동성 격차를 만들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FF시장이나 레포시장의 초과유동성과 자금 파킹 수요를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가능성이 낮고 이미 마이너스를 채택한 나라들도 더 큰폭의 마이너스 정책을 채택하긴 쉽지 않다고 봤다.

문 연구원은 "수년간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라며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기 위해선 현찰화폐의 소멸 및 금지, 그리고 이를 통한 소매 예금으로서의 마이너스 금리 전가가 필요한 데다 지준 금리에 대한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제력도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중 하나라도 달성하지 못한 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은행 수익성 악화로 오히려 대출이 줄고 예금이 늘어나면서 자산가격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중앙은행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스웨덴 릭스뱅크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문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 시스템은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에 가장 취약하고 이 때문에 아직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지 않은 행운을 누렸다"면서 "미국 달러는 2조 달러에 육박하는 현찰화폐가 존재하는 데다 역사적 배경에 의해 지준시장 참여자가 매우 다양해서 중앙은행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의 통화정책이 상당부분 정치에 종속돼 있다는 보는 쪽 등에선 앞으로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이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게 아니더라도 가을 정도에 역병이 다시 창궐해 사망자가 급증하면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 금리 실험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침체는 이미 예고돼 있는 상황이고, 마이너스 정책금리 시도는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뭔가를 계속 시도해야 하는 국면인데, 최근 미국의 정책이 시카고학파 주도의 통화정책 중심으로 흐르는 면이 있어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실험 가능성과 현실적 어려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실험 가능성과 현실적 어려움


출처: 연준 홈페이지

출처: 연준 홈페이지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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