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9일 코스피가 4% 넘게 폭락했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3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5.45포인트(4.19%) 급락한 1954.77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1950선에서 마감한 건 지난해 8월 29일(종가 1933.41) 이후 약 6개월여만이다. 코스피 낙폭은 지난 2018년 10월 11일(-4.44%)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급락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122억원을 팔아치우며 3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1999년 거래소가 일별 순매도액을 집계한 이후 최대다. 지난 3일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2조235억원에 달했다.
기관도 43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2752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을 대부분 받아냈다. 이는 2011년 8월 10일(1조5559억원) 이후 8년 7개월 만의 최대 일간 순매수 기록이다. 코스피가 1950선까지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의 저가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당분간 금융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지수 조정에 따른 반발 매수세와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 추이에 따라 반등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 등 글로벌 각국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 급증과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지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변동성을 통해 지수가 4~8% 내외 조정을 보인다면 밸류에이션 안정을 기반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물론 코로나 19 확진자 수 증가가 둔화된다면 반등 속도는 빠를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반도체 등 전기전자 업종이 이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도 김태헌 사무처장 주재로 긴급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상황 등을 점검했다. 금융위는 “주식시장 변동성은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 우려와 유가급락 등에 따른 것으로 향후 국내 금융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정도, 경기전망 등이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