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제조사는 본격 양산 이전에 실물과 비슷한 목업을 만들어 품질 검증을 진행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목업을 실제 만들지 않고 가상현실(VR)에서 구현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현대차·기아차도 지난해 이같은 VR 시스템을 시범도입했다. 올해 출시된 8세대 쏘나타와 3세대 K5가 그렇게 개발됐다. 양사는 차량 디자인 과정에서 주로 활용한 이 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고, 향후 설계·조립 단계에서도 확대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기아차가 17일부터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했다고 밝혔다.
VR 헤드셋을 쓰고 남양연구소 내 설치된 VR 디자인 품평장에 들어서면 실물을 구현한 가상 자동차가 나온다. 외관은 물론 내부도 구현돼 꼼꼼하게 차량을 둘러볼 수 있다. 일부 차량 기능도 작동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차량을 둘러싼 가상 환경도 불러올 수 있다. "자동차는 도로 위에서 달릴 때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중요합니다"고 현대차 디자이너가 덧붙여 설명했다.
VR 시스템 장점은 단연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목업 제작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대형 상용차 개발 과정에서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현대차가 지난 10월 공개한 수소트럭 콘셉트 넵튠도 VR 디자인 평가를 거쳤다.
현대차·기아차는 VR 시스템을 디자인을 넘어 선행개발단계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 경우 신차개발 기간이 기존 대비 약 20%, 연간 개발 비용 15%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현대·기아차는 예상하고 있다.
다만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아직까지 한계는 명확하다.
가상공간에서 구현한 차량은 한눈에 보기에도 실제 차량과 다르다는 점이다. 차량을 만져볼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이같은 문제는 현실에 보다 가까워지는 VR 기술 발전에 따라 개선될 전망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