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건형 연구원은 "유로존 역내 경제규모가 큰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은 재정 여력이 없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하 연구원은 "유로존 회원국 중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등 12개국이 재정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문제는 해당 12개국의 합산 GDP가 유로존의 44.7%로 절반도 못미치며, 독일을 제외할 경우 15.7%에 불과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확장 재정 여부는 독일에 달려있으나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550억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내부 비판으로 10월에는 부채를 늘릴 의향이 없다고 언급하는 등 기존 발언을 번복했다.
하 연구원은 "2주전 공개된 2020 예산안 초안에서 독일 재무부는 2020년 구조적 재정수지(경기 변동 영향 제거) 전망을 GDP 대비 0.50% 흑자로 제시했다"면서 "2019년(GDP 대비 1.5% 흑자)보다 균형재정에 대한 기조가 누그러졌으나 여전히 흑자 재정을 고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그 동안 균형 재정을 강조했던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경제 부진이 심화되자 미래에 대한 투자 또한 우선 순위라고 언급하는 등 재정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면서 "11월부터 예산안 확정을 위한 의회 논의가 시작되고 통화와 재정의 폴리시믹스가 나타날 수 있을 지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ECB 회의에서 드라기 총재는 통화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유지한 가운데 각국의 재정 정책 확대를 당부했다.
하 연구원은 "드라기 총재는 금리가 오르는 것을 보고 싶다면 재정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11월 취임하는 라가르드 전 IMF 총재 역시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대 재정의 폴리시믹스를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화정책의 수장이 재정정책을 강조한 배경은 크게 2가지"라며 "먼저 ECB의 통화 정책 여력이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이미 예금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졌으며, 자산매입은 규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채권 고갈로 1년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효 수요가 부족해 통화정책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약하다"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 10년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이자 비용 감소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