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이날 보고서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리스크 평가'에서 디플레이션의 일반적 정의에 입각한 평가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방홍기 한은 물가연구팀 팀장은 "경기순환적 요인 외에도 인플레이션 동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요인과 복지정책과 관련한 제도적 요인의 영향 등을 감안할 때, 낮은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장기화돼 이와 관련한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디플레이션은 현재 그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나 분명 경계해야 하는 현상인 만큼 물가 여건과 함께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우리나라의 경우 DVI가 2015년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 0.2를 하회하고 있어 디플레이션 위험도가 ‘매우 낮음’ 단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DVI(deflation vulnerability index)는 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를 일컫는 말이다. DVI는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경기상황, 자산시장 여건 등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수다.
■ 최근 저인플레 현상, 디플레이션 징후로 단정하긴 곤란
한은은 디플레이션의 일반적 정의에 입각해 평가하면 최근의 저인플레이션 현상은 디플레이션의 징후로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물가하락의 주된 요인인 광범위한 확산성, 자기실현적 특성(self-fulfilling) 측면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데다 제도적 특이요인도 최근 저물가 상황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광범위한 확산성 요인을 살펴보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중 가격하락을 주도하는 품목수의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최근의 저인플레이션은 상당 부분 농산물, 석유류, 공공서비스 품목의 가격하락과 집세의 약세 등 일부 품목군의 영향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기실현적 특성에서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당행의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를 소폭 상회하고 있어서 자기실현적 물가하방 압력을 어느 정도 제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기대인플레이션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1995년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기 이전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동조해 빠르게 하락한 바 있다.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가계 생계비 경감을 위한 교육·의료·통신 관련 정책 등에 수요압력과 관련성이 낮은 요인에 의한 물가 하방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정책 기조 하에 추진되고 있는 조치들이 관련 품목군의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