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년 BOK 국제컨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함으로써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을 높이고 경제의 체질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글로벌 연계성 확대의 성과를 보전하면서도 부정적 영향은 줄이기 위해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를 소개했다.
그는 “거시경제정책의 적절한 운영을 통해 국내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글로벌 연계성 확대로 통화정책 운영여건이나 파급영향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 운영에 개선할 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새로운 정책수단을 개발하는 데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에 뒤처진 사람들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비교열위 분야의 노동자들이 경쟁력 있는 분야로 원활하게 재배치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관련 제도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경쟁과 혁신을 통한 성장동력 창출이 저해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새로운 승자들이 계속해서 길러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글로벌 연계성은 이미 상품뿐 아니라 아이디어, 지식 그리고 혁신이 교류․전파되는 중요한 통로가 됐다”며 “이러한 통로가 국가 간 무역분쟁으로 인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세계는 무역분쟁의 해법을 조속히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은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협력체제를 통해 세계경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글로벌 정책공조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이 총재는 “지난 30여 년 동안 선진국과 신흥국은 글로벌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창출된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려왔다”면서 새로운 과제도 생겼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경험했듯이 각국 경제에 대한 해외요인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며 “글로벌 가치사슬의 범위와 깊이가 확대되면서 국제무역을 고리로 한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의 상호의존도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제금융시장 통합으로 선진국의 통화정책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신흥국의 자금유출입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며 “그 결과 ‘불가능의 삼각관계’(trilemma)가 아니라 ‘통화정책의 딜레마’(dilemma)가 성립하는 것은 아닌지, 즉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허용할 경우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더라도 통화정책의 자율성 확보마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경쟁 격화로 인한 불평등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선진국의 경우 비교열위 산업에서 실업이 증가하고, 일부 중하위계층의 소득은 정체됐다”며 “신흥국에서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생산성과 임금 격차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가 소득불평등을 확대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며 “이는 최근 수년 사이에 일부 국가에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연계성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최근 등장한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이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이 글로벌 연계성의 확대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신흥국의 임금 상승에 따른 국제분업 유인 약화, 교역이 용이하지 않은 서비스 산업의 성장,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연계성이 약화될 경우 국제분업과 기술확산이 위축되면서 막대한 조정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고 내수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부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