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우 연구원은 "그동안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은 발행사가 평판위험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콜옵션을 행사하는 게 일반적 관례였지만, 은행이 조기상환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5월 19일에 행사기일이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조기상환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올해 3월에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투자자들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유 연구원은 "산타다르의 경우 불과 두 달 사이에 콜옵션에 대한 의사결정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산탄데르는 2월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투자자들은 3월 행사기한인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하기 위해 신규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예상했지만, 산탄데르는 3월 행사기한인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지 않는 대신 5월 행사기한인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조달금리 경감 가능여부가 콜옵션 행사여부 결정의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발행은행 입장에서 금융비용 절감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산탄데르 은행의 2018년말 보통주자본비율은 11.47%로 규제비율인 8.83%를 2.65%p 상회하고 있어 펀더멘털이 콜옵션 행사 유무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유 연구원은 "3월에 조기 상환기일이 도래했던 신종자본증권(쿠폰 6.25%, 15억 유로)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쿠폰금리가 5.48%(5년 EUR Mid Swap+4.79%)로 Reset되는 조건이었다"면서 "신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쿠폰 7.5%, 12억 달러) 대비로는 2% 가량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은행에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5월 콜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쿠폰 6.375%)는 행사하지 않을 경우 7.18%(5년 USD Mid Swap+4.79%, 5월 2일 기준)로 금리가 재조정되는 조건으로 2월에 신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쿠폰(7.5%)과 큰 차이가 없어 조기상환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사안은 기존 신종자본증권 투자에 대한 관행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유 연구원은 "그간 투자자들은 만기가 없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 행사일을 실질 만기일로 간주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은행이 조기상환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발행은행의 콜옵션 미행사는 평판위험 상승과 조달비용의 절감이라는 선택지에서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콜옵션 미행사에 대한 리스크가 당초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 연구원은 "2018년 유럽 영구채 시장에서는 스탠다드차터드, 코메르즈가 이자비용을 고려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해당 은행의 신용도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면서 "산탄데르도 2월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몇 일 정도 영향을 받았을 뿐 이후 신종자본증권의 스프레드는 이전보다 축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은행 자본비율과 같이 펀더멘털이 양호하면 코코본드의 콜리스크가 낮다라고 판단했었다"면서 "하지만 산탄데르 사례에서처럼 조기상환능력이 있더라도 금융비용 절감 폭이 크다고 판단되면 콜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콜행사 시점에서 시장금리가 발행금리보다 큰 폭 상승하거나, 금융시장이 경색되어 코코본드 차환조건이 좋지 않을 경우 콜행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다.
유 연구원은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코코본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이러한 콜리스크가 있는지 확인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콜미행사시 Reset되는 금리 등이 시장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지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국내 은행의 경우 단기적으로 코코본드 콜미행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은행의 경우 글로벌 은행처럼 당장 콜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면서 "유럽과 달리 금리가 낮게 재조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저금리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코코본드 금리가 신규 발행하는 코코본드보다 크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평판위험 상승가능성도 글로벌 은행대비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금리가 현재보다 크게 상승하거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지 않아 발행조건이 불리할 경우 기존 코코본드를 조기상환하지 않을 가능성은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콜미행사를 크레딧 이벤트로 오해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로 콜이 행사되지 않는 점은 은행 펀더멘털과 무관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이유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 "투자기간이 늘어나는 점은 분명 부정적 요인지만, 코코본드가 조기상환되지 않더라도 이는 크레딧 이벤트가 아니고 직접적인 신용등급 강등 사유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콜이 행사되지 않아 원치 않게 투자자금 회수가 지연되는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은 콜옵션 미이행시 금리재조정 조건 등을 면밀히 검토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