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8.1원 오른 1144.7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2시 30분경 1140원대에 진입해 오후 3시 23분 1144.9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장중 기준으로 2017년 9월 28일 1150.0원을 기록한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급등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한국 등 신흥국 채권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라며 “해당 소식에 원·달러 환율이 다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배당금 송금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수급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역외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인 점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특히 미·중 협상 최종 타결이 6월까지 미뤄질 경우 자칫 중국은 물론 국내 수출 회복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원·달러 환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4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 0%대 물가상승률, 수출회복 지연 리스크 등 국내 경기 사이클 둔화 리스크가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도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국내 CDS 프리미엄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을 확대시킨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국내 취약한 경제 펀더멘탈과 배당금 송금 수요 등이 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재차 유입되고 있고 원화 가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달러화 및 위안화 가치가 제한적 등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다소 높아졌다”면서도 “큰 범위에서 박스권은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