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104개 기관의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99%는 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의 금리동결 관측이 우세한 이유는 이번 금통위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이후 첫 회의인 데다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및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변수 불확실성이 잔존하기 때문이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만장일치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직전 회의였던 11월에 금리인상이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소수의견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1.75%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11월 금융안정을 근거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된 이후 각종 실물 경제 지표들의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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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수정 경제전망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총재가 이달 초 유가 하락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이 기존 전망치(1.7%)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한 점을 미루어봤을 때 물가전망을 얼마나 낮출지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한다면 얼마나 조정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은은 작년 10월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2.7%, 1.7%로 제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2.6%로 0.1%포인트 하향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 성장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2.7% 증가에 그쳐 2년 연속 3%대 성장은 불발됐다.
올해도 대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한국 수출은 지난달 1.2% 감소한 데 이어 연초 이후 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줄었다. 특히 국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28.8%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역시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 3.7%에서 3.5%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2020년 성장 전망치도 기존 3.7%에서 3.6%로 0.1%포인트 낮췄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6%를 기록해 28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은 6.4%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1분기(6.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며 “다만 전년 대비 9.7% 증액한 슈퍼 예산, 정부의 친노동정책 기조 조율 의지 등 정책 변화 조짐에 경기 하강세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2019년 경제전망은 여전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고용이 미약해 소비의 전제 요건인 소득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고 건설과 설비 등 민간투자는 올해 개선이 예상되나 전년 대비 감소폭이 줄어드는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