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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가져올 디지털 휴머니즘

김희연 기자

hyk8@

기사입력 : 2018-12-17 00:00 최종수정 : 2018-12-1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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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희연 기자

▲사진: 김희연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희연 기자] 이번 호 기자수첩을 맡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회생활’을 배운 손가락은 자동으로 ‘넵’을 치고 있었지만 사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였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어제 영화관에서 본 광고가 떠올랐다.

황급히 휴게실로 들어가 휴대폰에 대고 “시리야 기자수첩 어떻게 써야 돼?”하고 물어봤다. 목소리에 간절한 마음을 담았지만 시리는 알 바 아니란 듯이 ‘위치 서비스를 켜면 기자수첩을 검색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아직 초보 인공지능(AI)이라 사람 마음을 모르는지.

시리와 2인1조로 기자수첩을 쓰겠다는 계획이 실패한 후 혼자서라도 힘내기 위해 일단 뭐라도 먹고자 패스트푸드 매장에 갔다. 메뉴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난처한 눈빛의 노인분을 보게 됐다.

키오스크 대신 직원에게 직접 주문을 하려는 눈치였다. 10초에 한 번씩 무인결제기로 주문이 들어가는 만큼 온 직원이 음식 만들기에 투입돼 대면 주문을 하려면 카운터 앞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가 오지랖인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며 엉거주춤하는 사이 직원이 “주문하시겠어요?”하고 급히 물었다. 노인분은 주문을 끝냈지만 혼자 기다린 시간이 불편하고 민망했을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사실 ‘직관적으로 눌러보세요’가 해법인 만큼 누구나 화면 앞에서 더듬댄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폰을 처음 산 날 “이거 원래 뒤로가기 기능이 아예 없는 거야?”라고 오른쪽 아래 공간을 연타한다거나.

터치 센서는 우리가 휴대폰의 대부분을 액정으로 채울 수 있게 해 줬고 덕분에 영화도 사진도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도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빠른 변화 속도가 부담스런 사람이 분명 있다. 많다. 노인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어린이라면, 어디를 눌러야 할지 알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라면. 그들이 겪을 불편을 금방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작에 헤매다가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될까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AI 스피커 기술이 아직 기자수첩을 대신 쓰진 못하지만, 이 간극을 메워줄 방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터치 화면을 메운 문자보다 좀 더 직관적인 ‘말’로.

국내 AI 스피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이통3사는 AI 스피커를 생활과 접목한 제품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KT는 지난 7월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통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AI 호텔을 선보였다. 조명과 객실 온도를 말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를 편의점에 비치해 편의점 근무자들에게 포스기 조작법과 물류 배송차량 위치 등을 물어볼 수 있게 했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 인공지능 ‘클로바’가 탑재된 AI 스피커 ‘U+우리집 AI’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음성명령으로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키오스크에 달린 수화기를 집어 들고 AI 스피커를 통해 ‘불고기버거 세트에 음료를 환타로 바꿔주시고 케찹은 두 개 주세요’를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는 기술 완성이 머잖았다.

다만 막상 메뉴를 받은 손님이 ‘이거 주문받은 AI 누구야’라고 원망하는 풍경을 막기 위해선 발전이 필요하다.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 인사이트’가 지난 7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AI스피커 사용경험자의 이용만족률은 49%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불만족 이유는 ‘음성 명령이 잘되지 않는다(50%)’, ‘자연스런 대화가 곤란하다(41%)’, ‘소음을 음성 명령으로 오인한다(36%)’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만족스런 대답을 하기 위해선 음성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답을 위한 데이터가 풍부하게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자연어처리가 정교해지고 빅데이터가 풍부해지고, 또 5G 네트워크가 자랑하는 초저지연·초연결을 통해 정보처리 속도가 개선돼 AI가 생활 전반에 자리 잡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다.

“시리야 기자수첩 어떻게 써야 해?” 하고 물으면 ‘원고’를 검색해 ‘큰일났다’, ‘늦었다’, ‘뭐라하지’라는 연관 데이터를 분석해 “물을 시간에 지금 쓰세요”하고 받아치는 휴게실 안.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에 소외된 사람을 도울 보완책이 되길 바란다. 아무리 버벅대도 차가운 눈초리로 한숨을 내쉬는 대신 “다시 말해달라”고 몇 번이고 물어주는 참을성이 AI의 휴머니즘일 것이다.

김희연 기자 hyk8@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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