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급락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강보합 마감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원 오른 1134.3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상을 재개했다는 소식에 달러는 약세를 나타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무역 협상 대표들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지난 9일 전화통화를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두 고위급 관계자들의 전화통화에서 어떤 돌파구도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번 통화는 양국이 합의(accommodation)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 부총리가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 협상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무역분쟁에 대한 극적인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브렉시트 우려로 압박을 받아온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반등했다. 13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협상 초안 작성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안 초안의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위안화 흐름에 연동되면서 오후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면서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4.24달러(7.1%) 폭락한 55.6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1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2015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컸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5시 현재 전날보다 배럴당 4.94달러(7.05%) 하락한 65.1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원유 시장참가자들은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과 초과공급 우려를 주시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2일 "산유국들은 산유량을 지난달보다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맞섰다.
여기에 OPEC의 수급 전망 보고서가 초과공급 우려를 부추겼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지난달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이 하루 평균 12만7000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이날 미국 내 7개 주요 셰일오일 지대 산유량이 다음 달 하루 평균 11만3000 배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공급은 늘어나는 데 반해 수요 전망은 어둡다. OPEC은 올해와 내년의 수요 전망치를 기존 대비 하루평균 4만 배럴과 7만 배럴 각각 하향 조정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유가의 하향 안정은 우리나라의 무역흑자 확대, 미국 물가상승 압력 둔화 속 연준 금리인상 기대 약화에 따른 강달러 둔화라는 측면에서 환율 하락에 우호적”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을 제외한 산유국들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하락 압력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대외발 원화 약세 압력은 잦아들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라며 “올 4분기를 정점으로 미국과 기타 선진국 간 경제성장률 차이가 축소되면서 경기 순환적 관점에서 전개된 달러화 강세의 되돌림이 예상되고 이에 연동돼 원화의 추가 약세 압력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