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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서민금융연구원 학술부원장] 불법사금융과 최고금리

편집국

기사입력 : 2018-11-05 00:00

불법사금융, 최고금리와 매우 밀접한 관계
사회적 여건 고려한 합리적 금리결정 필요

▲사진: 박덕배 서민금융연구원 학술부원장

▲사진: 박덕배 서민금융연구원 학술부원장

[박덕배 서민금융연구원 학술부원장] 일반적으로 불법사금융은 건전한 서민금융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암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2017년 말 기준의 불법사금융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과거 여러 간헐적인 조사가 전화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이번 조사는 갤럽을 통한 5,000명의 대면조사에 기반을 두었다. 설문조사 방법론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발표된 결과를 보면 무엇보다도 국내 불법사금융 시장이작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말기준 대출 잔액은 6.8조원이며, 전 국민의 1.3%에 해당되는 약 52만 명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대출금리가 조사당시 기준시점인 2017말 법정 최고금리(27.9%)를 초과한 경우 36.6%, 66%를 초과한 경우 2.0%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대개 불법사금융에 대한 사회적 편견, 이용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능성 등을 의식하여 축소 응답한 경향을 고려하면 과소평가된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불법사금융 차주의 상당수가 반복적 전화·문자, 야간 방문, 공포심 조성, 제3자에게 변제강요, 신규대출로 변제 강요, 소속·성명 미고지 및 검사 사칭 등 불법채권 추심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재 불법사금융이용자는주로경제활동중생활·사업자금이 절실한 40~60대 남성으로 나타났지만 상환 능력이 부족한 60대 이상 노령층의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의 절반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상환불능 상태로 조사되었다.

소득 면에서 불법사금융은주로월소득 200~300만원대 중심으로 한 저소득층이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재무구조가 취약한월소득600만원 이상의고소득자도비교적높은비중을차지하고 있었다.

이번 불법사금융 조사는 그동안 연이은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저신용층 자금공급 실태 파악, 소비자 피해 방지 등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아쉽게도 조사 시점이 지난해 말 기준이어서 금년 2월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된 이후의 불법사금융 변화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사실 불법사금융은 최고금리 수준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제도권 금융기관의 말단에 위치하고 있는 등록 대부업의 신규대출이 금년 초 최고금리 인하 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등록 대부업 조차도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소외자 중 상당수가 불법사금융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등록대부업과 불법사금융간 수요특성이 유사하기 때문에 등록 대부업체 이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의 이동이 쉽다.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금융소외 증가가 불법사금융을 확대시킨 구체적인 국내 통계는 미흡하지만 10여 년 전 일본의 사례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2006년 대금업관련 3법 개정 및 단계적인 실행(2010.6월 전면시행)의 여파로 최고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대금업체들은 즉시 심사를 강화하면서 공급 규모를 축소시켰다.

그 결과 신용소외 심화로 대금업뿐만 아니라 일반 금융기관을 통해 돈을 빌리지 못하는 금융소외 계층이 증가하였다. 그 틈을 타 불법사금융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공격적인 추심행위와 폭력 위협 등으로 압박을 느낀 피해자들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과도한 채무를 지니고 있는 직장인 중산층들도 신용소외 되면서 불법 대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2007년 일본 경찰협회(National Police Association)가 발표한 범죄 백서를 통해 불법대부업체의 경우 합법 이자율의 7배에서 많게는 288배에 달하는 이자를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금융소외 현상이 현저하게 증대하면서 사회적 불안정성의 문제도 크게 대두되었다. 대기업직원, 공무원 등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저리 대출이 가능한 반면 영세사업주, 영세기업종업원 등은 최고금리 수준에서도 대출이 어려워지는 등 신용시장의 격차가 확대되었다.

2000년대 이후 이른바 ‘격차사회’로 불리는 심각한 사회양극화 현상에 허덕이고, 정치에 대한 불만도 급증하였다.

한편 영세 대금업체들의 폐업 증가로 인한 고용시장의 불안은 일본 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최고금리 인하가 불법사금융에 미칠 부작용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지금 대부업체를 비롯해 금융회사가 받을 수 있는 금리의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는 대부업법 제8조(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는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한 상태여서 자칫 일몰기간 연장 시 그동안의 행태를 보아 다시 최고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정책당국은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만일 최고금리가 추가 인하될 경우 규제강화로는 감당할 수 없다.

최고금리 인하의 혜택은 일부 ‘행복한’ 차입자들에게만 돌아가며, 오히려 수많은 금융소외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빠지는 폐해가 훨씬 크다.

따라서 최고금리도 사용자, 근로자 등이 포함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되는 최저임금 결정처럼 정책당국뿐만 아니라 공급자, 금융소비자 등을 포함한 가칭 최고금리위원회에서 경제 및 사회여건을 적절히 반영한 합리적 분석 위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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