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는 영국에서 벌어진 '이중 스파이' 암살 사건과 관련한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으로, 러시아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제품의 수출 및 기술이전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4월에도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 루살에 대해 제재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 제재는 15일간의 의회 고지 기간을 거쳐 8월 22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며, 러시아가 화학무기 사용 중단 및 유엔사찰단의 생화학 무기 조사를 거부할 경우 90일 이후 더욱 강력한 추가 제재를 부과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간 미국 연방정부의 개별 승인을 통해 항공우주 등 관련 기술을 러시아에 판매할 수 있었으나 향후에는 전면 차단, 금번 조치로 수 억달러 규모의 대러 수출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러시아 금융시장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루블화 가치는 전일 대비 3.3% 급락했다.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이다. 연초대비로도 12% 이상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중 최고 레벨인 8.15%로 상승했다.
출처=국제금융센터
이미지 확대보기국제금융센터의 박미정 연구원은 “미국 내 정치적 요인에 기인한 조치로 분석되나 추가 제재 위협 및 대이란 입장 차 등으로 러시아 금융시장 불안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6일 미러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자국 정보기관의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국 정치권과 언론의 비난이 확산된 바 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개입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미 의회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초당적 제재 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금번 제재 수위에 비해 투자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소지도 커졌다.
다만 연초 미 국무부가 러시아 국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 연대 강화 요청등으로 실제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박 연구원은 “미중 관세전쟁과 함께 미국의 대이란, 터키, 러시아 제재가 이어지면서 지정학적 요인이 신흥국 금융시장에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는 대외건전성이 여타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황이나 정치적 리스크와 유가하락이 동반될 경우, 루블화 약세와 자본유출이 가파르게 진행될 우려가 있다”며 “아르헨티나, 터키 등 취약국의 금융불안에 이어 미국과 중국간 대립, 러시아와의 갈등 확대는 신흥국 전반의 투자심리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수정 기자 crysta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