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막강 브랜드들이 자율주행 기능이 내장된 차량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반면 현대기아치를 비롯한 구내 완성차 4사는 앞다투어 스타트업 기업 육성과 지원에 나서는 게 고작이다. 특히 쌍용자동차는 수 년 간 별다른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자동차그룹은 카이스트,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과 손잡고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미래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미래 모빌리티 연구를 위한 HTK 글로벌 컨소시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월 신설한 전략기술본부가 주도했다. 전략기술본부는 정보통신과 인공지능, 신소재, 에너지, 로보틱스(Robotics), 공유경제 외에도 비즈니스 플랫폼 구체화를 추진하는 조직이다.
현대차는 이스라엘 명문 공과대학 테크니온을 스타트업 발굴의 거점으로 삼았다. 테크니온은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1912년 설립한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이다. 졸업생 중 60% 이상이 스타트업에 뛰어들 정도로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발돋움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 왔다. 이스라엘 내 스타트업 경영진의 50% 이상이 테크니온 졸업생일 정도다.
김정호 카이스트 연구처장은 “이번 공동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서 카이스트의 AI·자율주행자동차·반도체 기술과 이스라엘의 커넥티드카 솔루션 기술이 결합해 현대차그룹의 미래 자동차 기술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의선닫기

◇ 현대기아차 ‘커넥티드카’ 공은 들이는데
현대·기아차가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차량과 사물 간 통신(V2X) 시스템’ 연구에 돌입했다. V2X는 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기술의 일종으로, 자율주행차 필수 기술이다. 현대·기아차는 경기도 화성시 내 약 14km 구간에 V2X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V2X 서비스 검증과 연구를 시작했다. 남양연구소-화성시청-비봉IC 구간 총 7개 교차로에 △차량과 무선 통신을 가능하게 해 주는 통신기지국 △보행자를 감지를 위한 CCTV 카메라 △교통신호 정보 송출 가능한 교통신호제어기 등 각종 V2X 인프라 장비를 설치했다.
V2X 통신 장치가 장착된 50여대 시험차량은 해당 구간을 운행하면서 △차량과 차량 간 정보(V2V) 서비스 △차량과 인프라 간 정보(V2I) 서비스를 검증하게 된다. 시험차량에는 V2X 통신 장비치 외에 별도 적용된 V2X 전용 모니터와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운전자에 각종 이미지와 경고음 형태로 경고와 안내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대·기아차가 안정성을 강화시킨 큰 이유는 정 부회장이 최근 안전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정 부회장은 “현행 법규나 보험, 사고방식·문화 등이 아직 자율주행에 익숙하지 않아 사회 제반 환경과 같이 맞춰가면서 기술적으로 뒤지지 않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자율주행은 편의성 만큼이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개발속도가 조금 늦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개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엠·르노삼성, 글로벌 R&D 기다리기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글로벌 헤드 차원의 R&D 진척에 따라 사후적으로 기술을 적용하고 생산에 나서야 할 신세다.
글로벌 지엠은 시계 최초로 완전 자율주행 차량 대량생산 준비를 끝냈다. 지엠의 자율주행부문 자회사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의 카일 보그트 CEO는 “오늘 우리는 운전자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주행차 대량 생산체제를 공개한다”며 “이는 단지 컨셉개념 디자인이 아니라 조립 공장에서 실제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엠은 미국 미시간 주 오리온 타운십 공장에서 연간 1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50대의 자동차를 시험운행 중이다. 이 차량의 운전석에는 여전히 사람이 앉아있긴 하지만 자동차는 전적으로 자율주행으로 작동한다고 크루즈 측은 밝혔다. 다만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를 달리기 위해선 자국 법 제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미 하원은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을 허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상원의 관문이 남아있다.상원은 지난달 자율주행 트럭에 관한 심의를 시작으로 자율주행차량 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엠은 지난 6월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EV) ‘쉐보레 볼트(Bolt)’ 시험 차량 130대를 생산해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미시간주 워런 일반 도로에서 시험 주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2위의 차량공유업체인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해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르노자동차가 올해 말부터 레벨4 수준 자율주행차의 실전 도로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는 이런 개념을 담은 자율주행 콘셉트카 심비오즈(SYMBIOZ)를 내놨다.
심비오즈 콘셉트카는 3가지 AD 모드(자율주행모드)가 있다. 업그레이드된 르노 멀티 센스 3.0 시스템은 후각(다른 향기), 청각(음향 모드 선택), 시각(조명 환경 범위-클래식 모드는 화이트, 다이내믹 모드는 앰버, AD 모드는 골드)적으로 다양한 감각을 제공한다.
토팡 로랑(Taupin Laurent) 르노 자율주행기술 총괄연구원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에서 정의한 5개 단계 중에서 자율주행 르노는 레벨4에 가능한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2020년부터 레벨4 자율주행 차량 10대를 이용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속도로에서 테스트 운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쌍용차, 기술력 부족 제자리 걸음
반면 쌍용자동차는 몇 년간 이렇다할만한 성과는 없었다. 쌍용차는 2015년 자동차부품연구원과 자율주행자동차 공동연구개발 및 상호간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쌍용차는 △자동차와 IT 융합기반의 인간 친화적 자율주행자동차 선행연구개발 △자율주행 핵심기술 초기 집중지원으로 특허 및 기술 선점 등 공동 연구에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3년간 관련된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생산규모가 작은 데다 연구개발분야에 투자할 여력도 상대적으로 적다”며 “쌍용차가 자율주행차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