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용계좌 1억개 금액 17조
은행권과 금융감독원은 오는 7월 14일까지 '미사용 은행계좌 정리하기 캠페인'을 실시한다. 온라인으로 모든 계좌를 조회하고 1년 이상 소액 미사용 계좌 이전·해지할 수 있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가 이미 실시되고 있지만 1억개가 넘는 통장이 여전히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사용 계좌는 1억1900만 계좌에 이르는 금액으로는 1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16개 은행에 개설된 개인 계좌는 총 2억5900만개로 추산돼 절반에 가까운 계좌가 미사용 중이다. 이 계좌들 중 1억 1600만개는 잔액이 50만원 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계좌 정리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앞으로 0원 계좌를 은행이 자체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예금거래 기본약관 등 표준약관을 변경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해지 대상은 5년 이상 사용이 없는 0원 계좌다.
현행법상 거래가 5년 이상 없는 휴면예금은 은행이 서민금융진흥원에 잔액을 출연한 뒤 계좌를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0원 계좌는 출연 대상이 아니어서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논의의 핵심이다.
◇미사용계좌, 비용 나가고 범죄 악용 소지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미사용계좌 정리에 나선 것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등에 사용되는 대포통장은 주로 미사용 계좌가 이용된다. 지난해 적발한 대포통장 1만6351건 중 신규 계좌(개설 1개월 이내)는 1946건(4.2%)에 불과했고, 기존 계좌가 4만4405건(95.8%)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적발된 대포통장 중 기존 계좌 비중은 2013년 65.1%, 2014년 84.3%, 2015년 88.6%, 지난해 95.8%로 상승해왔다. 대포통장 계좌주는 사기범죄 공범으로 연루돼 1년간 예금계좌 개설 금지 등 금융 거래에 불이익을 당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미사용 계좌 관리를 위한 별도 비용이 발생한다. 소액 계좌의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전산 및 실물 관리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 최근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계좌유지 수수료를 도입했는데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좌 관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앞으로 6주간 시행되는 미사용 계좌 정리 캠페인 기간 중 은행은 1년 이상 미사용 계좌 주인에게 계좌 보유 사실을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SMS) 등으로 개별 안내할 방침이다. 또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캠페인 기간 중 미사용 계좌를 정리한 금융소비자에게 커피 기프티콘이나 은행 포인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