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7일 뱅커 출신 김형닫기

이번 김형진, 이용배 부사장의 사장 선임이 더해지면 총 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 증권 경력 無, 빛과 그림자
김형진 사장(59)은 ‘신한맨’이다. 1983년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되기까지 33년간 신한이라는 지붕아래 있었다.
그중 신한은행의 구성원이었던 기간이 가장 길다. 영업점은 오사카 지점(차장), 동서초 지점(지점장), 풍납동 지점(지점장)을 거쳤으며, 신한은행 본사에는 2004년 인사부장으로 선임돼 이동했다. 이후 기업가치혁신장을 거쳐 2009년 신한은행 부행장을 지냈으며, 2013년에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김형진 사장이 뱅커로서 외길을 걸어왔다면 이용배 사장(56)은 그룹 경영관리 업무만을 전담으로 맡아온 인사다. 이 사장은 현대자동차 경영관리 실장, 경영기획담당 부사장을 거쳐 현대위아 기획·재경·구매·경영지원 담당을 맡아온 바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HMC투자증권 영업총괄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두 인사의 공통점은 증권업 관련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용배 사장의 경우 9개월간 HMC투자증권 부사장을 지냈지만, 본업 경력이라 보기에는 미비하다. 전문가들은 대표이사 선임 시 본업 경력이 있는지 여부는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경영 철학 등을 비중 있게 다룬다는 설명이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 가이드라인은 본업 경력을 비중 있게 다루는 반면, 대표이사 사장 선임은 기준이 까다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금융계열 경력이 있는 인사이기 때문에 문제 되는 부분이 적지만, HMC투자증권은 회전문 인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만큼은 본업 경력이 없는 것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위험관리에 대해서는 철학과 식견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은 타 업권보다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파급력이 강하기 때문에 대주주나 임원 적격성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LG카드 사장을 업종 이해도가 낮은 인사로 선임했다가 카드 대란이 터진 게 대표적인 반면교사 사례”라고 지적했다. 반면, 타 업권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전문성이 각 사 현황에 맞게 보탬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김형진 사장은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을 역임한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부문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재 신한금융투자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과 맞물려 김 사장이 디지털 환경에 적절한 전략을 세워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취임식에서 김형진 사장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추진을 강조했다. 이는 현지화와 세계화를 합성한 말로서 4차 산업혁명기에 디지털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증권업 영역을 확장하자는 의미이다. 김 사장은 “자산, 리스크 관리를 포함한 업무 전반에 걸친 디지털 혁신으로 금융투자업이 고객 개개인에게 최적의 형태로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은 사장 선임안과 함께 사명을 현대차투자증권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현대자동차 본사와 함께 하는 사업 부문에서 오랜 기간 그룹에 몸담았던 이용배 사장의 역량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 유관 경력자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현대차 그룹하고 같이 하는 일이 많아서 그룹 인사가 대표이사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취임 후 18일, 소통 경영하고 있나
사원들과의 소통은 CEO의 역량을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두 신임 사장은 원활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MC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노사교섭을 이용배 사장 취임 직후 지난 23일에 마쳤고, 4월 3일에 2차로 할 예정”이라며, “그 전까지는 대화 자체가 안됐는데, 이용배 사장 체제로 바뀌고 난 후에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2차 교섭에서 이들은 급여와 복지 관련 요구를 위주로 이 사장과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7년간 동결된 지점영업직 급여 8.7% 인상, 본사 급여 4.2% 인상, 급여 수준이 가장 낮은 사무전담직의 급여 인상을 골자로 한다.
본사의 경우 2013년에 4.5% 급여가 인상됐기 때문에 지점영업직에 비해 인상 요구 수준이 낮다. 상여금 지급 방식도 기존 변동상여금에서 고정상여금으로 변경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인사고가 D등급을 받은 사원들의 학자금, 의료비 등 복지 혜택을 보장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신한금융투자 노조는 김형진 사장 취임을 둘러싸고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현재는 취임을 환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 사장의 취임이 결정된 당시 신한금융투자 노조는 은행장이 증권사 사장을 하면 안 된다며 강하게 받아쳤다.
노조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을 행장 출신이 맡는다면 계열사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며, “금융지주 차원에서 자리를 지키려고 계열사가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가 관철됐으며, 김 사장 취임을 환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향후 교섭 상태에서 어떻게 논의가 전개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취임 이후 두 신임 사장의 노사 협상은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성적표 넘어야 할 산
지난해 악화된 실적을 회복하는 것은 두 신임 사장 앞에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리테일 실적 악화 및 채권평가손실로 인해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8% 감소한 1438억원, 당기순이익은 46.4% 감소한 1154억원, 매출액은 23.2% 감소한 6681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자기매매 수익은 70.5% 급감한 959억원, 수수료 수익도 11.2% 줄어든 3997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 내 비은행 부분 이익기여도는 2015년 8%에서 지난해 4%로 절반으로 축소됐다.
HMC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6% 감소한 528억원, 당기순이익은 21.0% 감소한 398억원, 매출액은 1.4% 늘어난 5634억원을 기록했다. 감소폭은 신한금융투자에 비해 작지만, 최근에는 또 다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HMC투자증권은 자기자본대비 채권 비중이 500%를 초과하는 6개사 중 한 곳으로 지목됐다.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 상승 압력이 증가하면서, 국고채 금리 인상 시 채권평가손실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2015년 증시 활황으로 인한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각 증권사가 기록한 지난해 실적은 처참하다. 두 신임 사장이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낼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대목이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