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전망에 따라 금융권은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홍기택 전 한국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 최 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주인종 전 신한은행 부행장 등이 증인으로 예정됐다. 증권가는 정지원닫기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과 관련한 사항으로 증인 출석한다. 증권금융은 지난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9월초 임기가 끝나는 한규선 상근감사위원 후임으로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선임했다. 조 전 비서관은 연설문 작성 전문가로 금융분야 경력이 전무해 낙하산 논란을 키웠다.
조인근 감사는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 온 측근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메시지를 담당하는 중앙선대위원회 팀장직을 수행했다. 이후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 연설기록비서관으로 3년 넘게 근무했다. 지난 7월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지 두 달도 안 돼 증권금융 감사로 선임됐다.
정 사장 역시 새누리당 전문수석위원을 지낸 인물로 역시 낙하산 논란의 당사자였다. 금유위 출신의 정 사장은 그동안 증권금융 주요 보직들에 낙하산 인사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금융은 상법상 주식회사로 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음에도 최근 10년간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가 사장직을 맡아왔다.
금융감독원 증인으로 출석하는 최경수 이사장은 거래소 공시 문제와 관련한 질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코스닥 상장사 중국원양자원의 허위 공시 사태 때문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4월 홍콩업체로부터 대여금을 갚지 못해 계열사의 지분 30%가 가압류됐다고 공시했지만 조사결과 허위 보고였다. 거래소는 중국원양자원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으며, 현재 회계법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상태다. 중국원양자원은 최 이사장이 현대증권 사장이던 시절 주관 업무 맡아 상장해 묘하게 사건이 겹치게 됐다.
지난 21일 자회사인 연강원양어업서비스유한공사 주식의 취득 예정일을 내년 3월로 연기한다고 공시한 중국원양자원은 차이나디스카운트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류혁선 미래에셋증권 투자솔루션부문 대표는 펀드 불완전판매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의 6개월 동안 연 4.5%의 이자를 지급하는 랜드마크72빌딩 자산유동화증권(ABS)상품은 지난달 출시 이틀 만에 완판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사모 ABS 모집을 위해 15개의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했다. 형식은 사모형이지만 다수의 SPC로 인해 공모형처럼 보여 자본시장법 규정 위반이 있는지에 대해 금감원의 조사가 들어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SPC를 설립하는 것은 일반적이긴 한데 49인을 초과했다는 것이 핵심으로 이번 경우는 불법인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모 상품은 공시 의무가 있어 운용전략 등을 금감원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사모 상품에 비해 제약이 따른다. 미래에셋 측은 개인고객에게도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 형식을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흥제 HMC투자증권 사장은 퇴직연금 몰아주기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금융계열사 퇴직연금 비중을 50%로 줄일 것을 권고한 바 있지만, HMC투자증권의 경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비중이 86%에 달한다.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HMC투자증권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은 약 7조7000억원으로 이중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금액은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적립액은 지난해 상반기 6조3000억원에 비해 1년 만에 1조3000억원 가량이 증가했다.
HMC투자증권의 퇴직연금 문제에 대해 국회 정무위는 ‘금융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 연관지을 수 있다.
심 의원은 “퇴직연금보험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경쟁을 해쳐 연금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측은 “퇴직연금을 해지하는 것은 고객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나선다는 것은 난감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