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는 21일 ‘신용평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신평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자체신용도(독자신용등급)와 펀드 신용평가 도입, 제3자 의뢰평가 허용 등이 주요 골자다.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평사는 기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평가대상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 하에 ‘뒷북 등급조정’ 문제는 신용평가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이는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체신용도를 도입해 독자신용등급을 메긴다. 자체신용도는 신평사가 최종신용등급을 산출하는 과정에 있어 자연스러운 개념이나, 현재는 최종 신용평가서에 기술하지 않고 있다. 2018년까지 금융회사와 일반기업의 ‘무보증사채’ 신용평가 시 기업의 자체신용도를 단계적으로 공개한다. 계열사의 지원가능성에 따른 세부등급 조정여부가 들어가게 된다.
신평사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펀드신용평가와 제3자 의뢰평가도 실시한다.
선진 시장에서는 약 30년 전부터 실시돼 왔던 펀드신용평가의 경우 수요 부족으로 인해 시행사례가 없었다. 내년부터 채권형 펀드에 대한 신용평가를 도입해 수요 진작을 유도한다. 주요 운용사의 대표 공모 채권형 펀드 6~9개를 선정해 2년간 수수료 없이 펀드 신용평가를 시범 제공한다.
발행자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체계는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제3자 의뢰평가를 도입해 기존 신평사가 투자자·구독자 등 다른이의 요청과 비용부담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허용한다. 단 제3자 의뢰평가에 따른 신용등급은 발행자의 정보 제공 없이 평가된 정보임을 알리기 위해 일반등급과 구분해 표기한다.
또한 부실평가에 대한 검사·제재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신평사 상시감독체계 구축과 신평사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한다.
그동안 신평사에 대한 검사는 사건 발생 이후 실시되는 주먹구구식이었다. 이에 매년 신평사 취약부문에 대한 테마를 선정하고, 필요시에는 중점감사할 수 있는 상시 감독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거짓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도 주관적 의견을 기재하는 신용평가서는 책임을 묻기 쉽지 않았다. 이에 신평사의 고의·중과실에 대해선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명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30년간 이어온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의 신평3사 과점체제에 대한 견제 수단인 제4신평사 도입은 이번에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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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오는 11월 민간전문가 8인으로 시장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내년까지 신규진입이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 시장점검을 실시한다. 결과에 따라 진입 허용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어 금융감독원 시행세칙과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연내 개정하고, 자본시장법은 4분기 중 개정안을 마련해 정부입법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