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무 LG경제연구원은 23일 '한계 드러낸 마이너스 금리 정책, 통화완화 경쟁 격화시킨다'는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재정지출 확대 등 정책 대안이 마땅치 않은 일본과 유럽이 통화 완화 정책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고 경쟁적 양상마저 띠면서 원화 가치 상승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014년 6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후 초기만 해도 통화가치 하락, 가계와 기업의 대출 확대 등으로 수출, 소비, 투자심리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이 진행될 수록 이자소득과 연금 감소 우려로 이어져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소비와 투자를 늘릴 신호가 아니라 대비가 필요한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일본 역시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반년이 지났지만 긍정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1월29일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한 직후 약 보름 동안 일본 닛케이 주가지수는 5.4% 하락했고 엔화 가치는 14.7%나 급등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안전자산 선호도 엔화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지만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5% 달하는 국가부채에 대한 부담으로 재정지출 확대가 쉽지 않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일본은행(BOJ)이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강도 높은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타 국가들의 경쟁적인 통화완화 움직임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원화 가치 상승 추세가 부진한 우리 수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하는 실질실효환율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말부터 올해 7월까지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 상승률은 28.8%로 세계 61개국 가운데 베네수엘라,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각국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우리나라와 수출 경합도가 큰 중국(18.4%)보다 높았고 독일(-10.1%)과 일본(-22.5%)의 통화 가치는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져 수출가격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