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찰에서 떨어진 건설사에게도 기본설계에 비용을 보상해주는 규정을 노려 ‘들러리 입찰’로 담합하고 보상비를 받은 건설사들이 발주처가 낸 소송에서 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윤강열 부장판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옛 대우엔지니어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두 건설사는 LH로부터 받은 설계보상비 3억2000만원을 모두 반환하고 연이율 5%로 2년여간의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하게 됐다.
앞서 LH는 2011년 5월 광주·전남 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시설공사의 설계·시공 입찰을 공고했다. 이 사업은 코오롱글로벌이 사전심사 신청을 했으나 다른 신청자가 없어 유찰되고 재공고가 났다.
하지만 코오롱글로벌은 포스코건설을 들러리 입찰에 끌어들였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함께 허술한 설계로 입찰에 참여해 79점을 받게되고 결국 91점을 얻은 코오롱글로벌이 낙찰된다.
입찰공고에는 탈락자에게도 설계비 일부를 보상하는 규정이 있다. 보상비를 달라는 요구에 LH는 포스코건설이 설계를 직접 안하고 다른 업체에 맡겼다는 점을 문제삼아 지급하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은 LH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포스코건설은 승소해 2013년 11월 3억2000만원을 받아냈다.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들러리 입찰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억5900만원을 부과했다.
LH도 포스코건설 등을 상대로 설계보상비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입찰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하고 건설사들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포스코건설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고도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은 건설사에 그 전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명한 최초의 사례” 며 “발주처가 이런 건설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이 상당수 있어 이번 판결이 중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