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한 언론에 편지를 보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의사를 밝혔다. 한 여성과 사이에서 아이가 있으며, 재혼할 의사도 밝혔다.
뜻밖의 스캔들에 SK 주가가 움직였다. 발표 당일인 29일 전날보다 1.57% 하락한 데이어 그 다음날도 전날보다 3.99% 내린 24만5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이틀 새 주가가 5% 넘게 떨어졌다.
SK주식회사의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을 분할해 지분 일부를 넘겨줄 경우 그룹 전체 경영권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일각에서는 노 관장이 지분을 받더라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고, 두 사람이 당장은 이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 SK텔레콤 주가는 30일 전일보다 500원(0.23%) 오른 21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텔레콤 주가는 29일 8천 원 떨어졌는데 하루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SK텔레콤 주가는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이혼 과정에서 SK텔레콤의 경영권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면서 하락했으나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라 다시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SK텔레콤을 포기할 일도 없거니와 노 관장이 SK텔레콤을 요구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두 사람이 이혼 소송까지 치닫지 않았고 SK 그룹의 시스템 경영이 오너의 사적인 스캔들에 흔들릴 만큼 약하지 않아 주가가 빠지면 저가 매수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양형모 연구원은 "재산 분할 등의 오너리스크가 부각되면서 SK의주가는 28일 종가이후 5% 이상하락했다"며 "노소영 관장의 의견대로 이혼을 안하면 오너리스크로 인한 주가 하락은 매수의 기회라는 판단이며 이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SK의 주가 하락과 결부시키는 것은 기우"라고 판단했다.
롯데가는 '형제의 난'으로 인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에 ‘후계 구도’를 놓고 벌어진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된 데다가 롯데그룹 불매운동도 벌어지면서 롯데그룹 관련주는 직격탄을 맞았다. 형제의 난이 촉발된 7월17일부터 8월4일까지 롯데그룹 관련주 5종목의 시가총액은 총 2조1400억원 쪼그라들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전체 8종목의 주가 손익을 따지면 약 1조45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한편 CJ는 오너 리스크 장기화가 확정되면서 주가가 요동친 경우다. 지난 15일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날 것으로 예상됐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결국 실형을 피하지 못하기 됐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룹 회장의 뜻밖의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주가 변동이 작아진 원인에 대해 과거 오너리스크에 취약했던 우리 기업들이 이제는 탄탄한 시스템을 갖춰 웬만한 회장 개인 비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기업이 수 십년 동안 만들어 온 것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회장의 스캔들 정도로 주가가 흔들리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