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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생존 돌파구 누가 가로막나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5-09-30 01:46

비이자·트랜젝션 대규모 투자 병행 요구
해외진출 도깨비 방망이 취급 벗어나야

은행생존 돌파구 누가 가로막나
“중후장대(重厚長大) 수출 제조업에 의존해서는 미래가 없다면서 금융업을 우리나라 주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명확한 비전이나 전략 없이 편의적으로만 다룬다. 결국 금융계의 삼성을 만들자거나 금융산업의 획기적 발전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정치적 수사(修辭)로도 값어치를 못하는 실정이다.” (A국책은행 전직 임원)

“전 세계적 저금리 환경이라면 비이자 이익의 핵인 수수료 이익을 늘릴 수 있어야 하지만 수수료 신설은커녕 인상이라도 어딜 감히 말을 꺼낼 수 있겠느냐?” (B시중은행 고위관계자)

혹시나 국정감사가 역시나 국정감사로 막 내리려 한다는 지적이 공공연히 오가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수익을 못 낸다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가려 하면 질색을 하면서 가로막아 온 독특한 문화적 풍토 만이 재확인 됐을 뿐이다.

◇ 가격 자율권 없이 저수익 환경 내몰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도 수수료와 이자 등 가격결정 자율권을 금융사들에 확대해 주는 대신 책임경영 체제를 갖추겠다고 호언했지만 금융계에선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당장 은행권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압박에 주요은행들이 굴복한 상태다.

C은행 한 고참 지점장은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은행 점포들이 막대하게 쌓아 둔 돈을 꺼내 주는 원시적 교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건만 애초에 만기를 정해 놓고 시작한 거래에서 어느 일방이 깬다면 사실상 위약금 성격이 강한 것이 중도상환수수료”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소액 신용대출도 아니고 액수가 큰 주택담보대출에서 수수료 적정성 논란이 빚어지도록 방치한 것부터가 잘못 대응한 것이라는 자조와 반성의 소리도 있다.

요구불 예금처럼 아주 원가가 싼 자금을 무한정 확보한 것도 아니어서 은행 또한 대출 신청이 들어 오면 다른 금융사나 점포에서 돈을 사와서야 대출을 내어 줄 수 있는 경우가 있는 이상 원가비용은 반드시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은 무시되기 십상이다. 소비자 심리만 있고 산업 고유의 생존법칙은 고려되지 않는 사회풍토가 수수료 인하 하방압력만 낳은 것이다.

◇ ATM기 적자 타개의 경영학 또는 정책학

은행권에서 제 아무리 자동화기기 운영 결과 연간 5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난다고 강조한들 인정해 주려는 소통문화는 없다. 숱한 미디어들이 단편적으로 공시가 돼 있는 금리 수준을 도마에 올려 놓고 비싸게 받는 것 아니냐며 연중 내내 검증을 시도하면서 결국 수수료와 이자는 무조건 낮춰야 하는 가격으로 쏠릴 뿐이다.

“그 와중에 돌아서서 툭하면 우리나라 금융에는 왜 삼성이나 LG, 현대자동차가 없느냐 우물 안 개구리라고 혹평을 내놓기 일쑤”라고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역으로 악평을 내놓는다.

은행장이나 은행권 고위관계자들이 정색하고 이 주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려 나서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괜히 여론의 표적이 되어 몸담고 있는 은행만 공격 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성찰하거나 꼼꼼하게 검증하는 과정 없이 비용편익 극대화만 바라는 소비자와 그런 풍토에 동조하는 정책당국과 감독기구가 있는 한 수익부진은 물론 ATM 적자 구조를 타개하기 위한 경영자 층의 어떤 결단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평시에 금융사 가격 수준에 암묵적이건 명시적이건 관여를 했던 감독당국이다 보니 경영실적이 부정적으로 흘러도 따끔하고 명확하게 경영지도를 펼칠 수 없게 되는 포지션으로 귀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부실채권과 건전성 걱정 없다는 감독당국

경영여건이 좋았던 2007년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은 7조 7000억원으로 8조원에도 미치지 않았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초반인 2008년 말 10조 4000억원으로 늘었고 글로벌 시장에서 돈줄이 마르고 수요가 줄어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난 2010년 말엔 3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 부실채권은 다시 24조원으로 불어났다. 건전성이 좋았던 2008 글로벌 위기 전의 딱 3배로 늘었다. 반면에 부실을 감당할 수익기반은 피폐해졌다. 소비자 권리를 앞세워 수수료 낮추는 정책으로 은행권을 압박한 결과 전체 총수익은 비슷한데 수수료 이익 비중은 3분의 1토막 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것이 끝이 아니라 이제는 계좌이동제 때문에 자발적으로 낮추기 경쟁에 들어가야 한다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을 두고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이 자산관리 서비스나 트랜젝션 뱅킹과 같은 종합자금관리 금융서비스를 통해 수수료를 벌어야 한다고 쉽게 지적하는 세태로 접어들었다.

외국계 D은행 한 임원급 인사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아시아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글로벌 은행들에 필적한 트랜젝션 뱅킹 서비스를 보여주려면 막대한 인력 양성과 시스템 그리고 네트워크 구축 투자가 장기간 펼쳐져야 하는데 그걸 기꺼이 감당할 투자여력이 있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 물정 어두운 김서방 서울가서 장사하기

기껏 금융업 발전 돌파구를 해외진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정책당국자들과 민간 전문가들도 현실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일본계 은행들이 어떻게 해외업무 비중을 늘렸고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 얼마만큼 투자를 하고 인력양성을 하며 리서치 역량과 사후관리 시스템을 갖추려 애쓰는지 검토도 없이 해외에 점포만 내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글로벌 사업부 관계자들은 반문하는 실정이다.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에도 현지 법 제도적 관행은 물론 세무 체계와 인허가 관청 관련 정보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백업이 필요한 법인데 우리나라 금융사가 현지영업을 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겠느냐는 것이다. 현지진출기업과 교포 상대 이상의 현지화 영업이 가능한 나라는 극소수인 현실이 잘 말해 주고 있다.

국내에서 수수료 이익을 낼 수 없는 은행이 이자이익 하나로만 해외진출도 하고 고급 자산관리 서비스역량을 갖춰서 거액자산가에게 수수료를 받으면서 응대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려면 현행 은행장 임기 통상 3년으로는 불가능한 전략이라고 뜻 있는 금융인들은 입을 모은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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