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0일, 회사채 등급평가를 통해 현대커머셜의 등급을 ‘A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작년에 신종자본증권 1200억원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지만 신용등급 상향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판단이다.
오히려 자회사인 현대라이프에 추가출자 등으로 자본완충력이 훼손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마지노선을 그었다. 수년째 손실을 내는 현대라이프가 현대커머셜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봉식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자회사인 현대라이프가 업계 내 시장지위는 낮은 수준인데다 현대자동차그룹 편입 후 지속적으로 순손실을 내고 있어 가장 취약한 요인”이라며 “이로 인해 현대커머셜은 현대라이프 지분(39.7%) 평가손실을 그대로 안고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커머셜은 현대라이프 유상증자 과정에서 2012년 11월 369억원, 2014년 6월 401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상반기에만 현대라이프로 인해 9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다만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5.5%)의 평가이익 59억원이 어느 정도 완충역할을 했다.
이처럼 모회사 리스크가 큰 여느 캐피탈과 달리 현대커머셜은 자회사 리스크가 더 부각되는 곳이다. 캐피탈사 신용등급은 대게 모회사(혹은 계열사)의 후광이나 리스크에 영향을 받는데 현재 은행계와 캡티브를 가진 캐피탈이 우세한 성과를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현대커머셜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상용차 물량 확보에다 산업재로도 수익기반을 넓히고 있는 점을 감안해 모회사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 현재 가장 뚜렷한 위협요인은 자회사 현대라이프 뿐인 셈이다.
현대라이프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2년 2월 녹십자생명을 2283억원(지분 89.5%)에 인수해 탄생한 생명보험사다. 하지만 편입 후에도 적자가 지속돼 두 차례 증자와 다섯 번의 후순위채권 발행에도 RBC비율이 업계 최하위인 118.9%(6월말)까지 추락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다행히 대만 푸본생명과 파트너십을 통해 2200억원의 외자유치가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푸본생명은 현대라이프의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돼 현대커머셜의 부담이 다소 덜어질 전망이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