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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감독혁신 의심받는 이유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5-03-18 22:16 최종수정 : 2015-03-18 22:36

[기자수첩] 감독혁신 의심받는 이유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와 닿은 적이 또 있었을까 추억해 본다. 이 우주에서 지구만큼 생성-성장-사멸의 순환이 역동적인 곳은 없을 것이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 신비로운 순환고리를 지탱하는 것은 낡은 것을 해체해서 새로운 것으로 대체해 내는 일이 찰나의 멈춤도 없이 진행되기 때문 아닐까.

살아 있다는 것, 주변 상황이 달라지면 적응해서 진화한다는 것 역시. 천지 만물에 나타나는 이같은 질서에 비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 나아가 경제금융계로 좁히면 어떤가. 겨울추위가 아무리 혹독했을지라도 봄만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새 생명이 움트는 자연세계가 부러울 뿐이다.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을 두둔하고 나선 장면은 결정적 힌트를 준다. 안타깝게도 금융혁신은 또 한 번의 행정업무 슬로건으로서만 펄럭일 뿐 금융인들의 마음 깊이 스며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견을 완성시켜 줬다고 달리 표현할 수 있겠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리자 진 원장은 곧바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타종하고 나선 바 있다.

이것은 자율성 침해가 아니냐며 임 위원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때 나온 질문에 그는 자율성 위배로 보지 않는다는 말로 일축해 버렸다. 이자 수준과 수수료 금융 서비스 수행과정에서 매겨지는 값을 놓고 감독당국이 개입하기보다는 금융회사가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감독혁신을 부르짖은 지 100일이 안 된 이 마당에.

임 위원장은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은행 여·수신 금리가 떨어지는 당연한 시장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다면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을 포함해 정책을 도맡은 장관과 감독업무 수행을 총괄하는 감독원장은 은행 경영진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차리게 됐다. 이번에도 수신금리는 재깍 내리면서 여신금리는 천천히 내릴 것이고 수신금리 내리는 것보다 그 폭도 적을 것이 틀림없으니 말로 직접적인 경영지도에 나섰고 신임 위원장은 엄호해 준 것이다.

금융감독혁신을 이야기 했다면 이번에는 은행들이 어떻게 하는지 예리한 눈길로 살펴보는 일이 먼저라야 했다. 합당하지 않다고 보이면 왜 이러는 것이냐고 따져 묻고 바로잡을 일이다. 믿지 않으니까 구체적 행동에 나서라고 타종한 것이니 은행들은 천편일률적인 시늉에 들어가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또 한 번 구태의연한 일을 되풀이한 것은 누구 때문인가.

잘 하는 은행이 있을 수 있고 굼뜬 은행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선수들 스스로 기량향상에 절차탁마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않고 눈 앞의 성적 목표만 들이대는 운동부 감독과 뭐가 다른가.

최근 어느 축구단에 예산을 많이 대 주는 한 지역의 수령이 프로는 성적이 최고라고 몰아붙였다고 한다. 구단 성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한 관심이 한 터럭조차 없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준 꼴임을 그도 모르고 주변에서 이야기 해 줄 사람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변화는 그저 이뤄지지 않는다. 먼저 변이 있고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여 나아가는 화가 따른다. 화가 먼저 온다는 가정은 물리(物理)에 어긋난다.

임 위원장과 진 원장은 이번에 나타난 것처럼 구태의연한 공무원 마인드로 은행들을 몰아붙인 것이다.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고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일은 허망하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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