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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추심과 개인정보보호 사이에서

원충희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5-02-15 21:30 최종수정 : 2015-02-21 17:13

[기자수첩] 추심과 개인정보보호 사이에서
연초부터 행정자치부에서 날아온 한건의 공문은 추심업권을 긴장시켰다. 더 이상 채권추심의 목적으로 주소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게 법조문을 고치겠다는 내용이다.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되는 시류는 물론 국정감사 때마다 ‘정부가 개인정보를 팔았다’는 식으로 두들겨 맞으니 행자부가 서둘러 발을 빼는 모양이다.

대게 금융사들은 연체가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회수를 시도하거나 안 될 경우 추심업체(신용정보사)로 넘긴다. 신용정보사는 채권추심을 의뢰받으면 수임사실을 우편으로 통지(DM, 다이렉트메일)하는데 만약 주소지를 모르면 회수작업을 시작도 할 수 없게 된다. 막말로 차주가 이사라도 가면 십중팔구 돈 떼인다고 봐야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 대해 행자부가 내민 방안은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추심방법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예상컨대 앞으로 대출받는 이들은 구비서류나 서명해야 할 서류가 더 많아질 것 같다.

금융업권에서 ‘추심’은 참 골치 아픈 분야다. 돈 떼이지 않고 제대로 받아야 부실이 안 생기지만 빚 받으러 다니는 것이 좋아 보이는 일은 아니다. 여신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항상 이 문제 때문에 곤혹스럽다. 온갖 비난을 달고 살아도 추심은 회수율을 높여 부실채권을 낮추고 기업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들어오는 게 있어야 나가는 게 있듯이 회수가 제대로 돼야 필요한 곳에 자금을 적기에 제공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추심이 막히면 여신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어느 금융사도 돈 떼여서 받을 방법이 없다면 애초에 빌려주는 일 자체를 망설이게 될 것이다. 악덕추심은 문제지만 정당한 절차를 밟고 진행되는 추심마저 ‘고혈을 빨아먹는다’는 식으로 몰아세우면 그 후유증은 결국 부실사태로 돌아온다.

요즘 정부와 당국은 말끝마다 기술금융, 서민금융, 관계형금융 등 갖가지 금융을 외치며 돈 빌려주라고 닦달이다. 하지만 누구도 받는 것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 혹자는 이를 두고 ‘고기는 먹고 싶으나 도살장면은 보기 싫어하는 심리’에 비유한다.

대출 등 여신제공을 늘리고 싶다면 채권관리에 대한 방안도 준비돼야 하지 않을까. 정당하게 빌려준 거라면 정당하게 받을 권리 역시 있다. 개인정보보호가 당연하듯이 추심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도 당연한 일이였으면 한다. 정작 빌려주라고 떠밀어 놓고 나중에 부실나면 나 몰라라 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으니 말이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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