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금리인상따른 엔화약세 복병, 수출기업 타격
코스피가 8부 능선을 넘으며 2015년 증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 연중최고치돌파 등으로 잘나갔던 코스피는 지난 10월 이후 2000선이 무너지며 냉랭한 분위기다. 연말이 다가와도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2015년 증시가 어떤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투자자들의 시선이 고정되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의 2015년 증시전망을 ‘흐림’으로 점치고 있다. 먼저 2015년 대외변수는 악재가 호재보다 많다. 신한금융투자는 상반기 핵심변수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꼽았다. 사상 유례 없었던 6년간의 제로 금리 시대종료로 내년 상반기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단 금리인상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동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주식비중 확대시기라고 분석했다.
LIG투자증권은 금리인상으로 미국달러가 강세압력에 노출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최근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화약세현상이 더 강해지며, 일본기업과 경쟁하는 국내기업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품질에서 유사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제품이 최근처럼 원화가 엔화보다 강한 국면이 이어질 경우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 실제 일본과 수출경합도는 2008년 0.456에서 2013년 0.501로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증시의 40%를 차지하는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우려된다.
◇ 금리보다 배당수익률 높은 역수익률혁명 임박, 평균 1853-2210p제시
긍정적 변수는 주주가치제고를 통해 우리나라 증시의 디스카운트요인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저성장, 고령화로 배당수익률이 금리를 웃도는 이른바 ‘역수익률의 혁명현상’이 나타나며,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가 강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국가별 MSCI 기준의 밸류에이션을 보면 한국의 PER은 9.2배, PBR은 1.0배(청산가치 수준)수준으로 글로벌 주요국 대비 크게 할인됐다.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대만처럼 배당수익률 상승을 통해 디스카운트해소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고령화 구간에서는 장기적으로는 금리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견된다”라며 “최근 한국에서도 정부가 유보금에 과세를 해서라도 투자와 배당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시장분위기도 연기금 의결권강화 등 배당활성화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기존 고배당주에 이어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배구조개편에 따른 리레이팅을 제시했다. 지난 7월 순환소유를 금지하기 위한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가 시행되는 등 기업의 역량이 오너가치에 집중되는 순환형 출자(삼성전자, 현대차)구조가 압박을 받으며,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가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주회사 전환에 시장이 프리미엄을 준다는 것이다.
이트레이드증권 윤지호 센터장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시점에 주주가치 중시가 시장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라며 “2015년 코스피상승의 잣대는 ‘주주가치’에 있고, 가능성은 기업들의 변화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도 증권사가 코스피밴드의 범위는 엇비슷하다. 단 평균 1921~ 2345p로 공격적으로 제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기업실적, 환율, 금리인상 등 시장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상하단을 내리는 등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1870~2180p, 신한금융투자 1870~2260p 현대증권 1900~ 2200p, LIG투자증권 1850~2200P 등으로 평균 1853~2210p를 제시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1920~2250p로 상하단을 올려 낙관론 쪽에 무게를 뒀다. 교보증권은 1750~2150p로 가장 낮은 하단을 제시했으며, 상하단폭이 400p로 가장 넓었다.
한편 증권사의 증시전망이 빗나가는 사례가 늘며, 지수산출의 핵심데이터를 이익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매출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LIG투자증권 오태동 투자전략팀장은 “우리나라 애널리스트들은 실적을 높게 추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2012년 이후에는 실제 영업이익이 연초 전망치 대비 20% 이상 낮아지는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라며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에 비해 추정해야 할 변수가 적은 매출액은 예상치와 실제치의 괴리가 상대적으로 적고 편차도 낮아 매출액/영업이익률로 코스피영업이익을 추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