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행, 운용주체 증권사, 약정된 기초지수수익 제공
ETF시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상장예비심사를 진행중이며, 조만간 상장을 승인한 뒤 오는 11월 17일에 시장을 개설(최초 상장)할 예정이다. ETN은 증권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고 투자기간 동안의 지수수익률을 보장하는 만기가 있는 파생결합증권을 뜻한다. 기초지수 수익률과 연동하고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점에서 ETF와 비슷하다.
하지만 발행 및 운용주체가 ETN은 증권사가, ETF는 운용사라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수익구조나 운용측면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ETN수익구조는 증권사가 발행한 ETN에 투자한 뒤 기초자산인 지수가 오르면 그 수익률만큼 수익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예컨대 투자원금 100만원을 ETN(운용보수 2%, 2만원 가정)에 투자한 뒤 그 기초지수가 100% 상승할 경우 수익은 98만원(100만원-2만원)이 된다. 즉 원금과 수익을 더한 198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ETF보다 훨씬 다양한 상품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구성종목이 ETF에 비해 절반이나 적기 때문이다. 구성종목수의 경우 ETF가 10종목 이상인 반면 ETN은 5종목 이상으로 절반이나 낮다. 편입종목수의 완화로 ETF보다 훨씬 탄력적으로 상품개발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 열린 셈이다.
ETF종목수 커트라인을 보면 동종자산은 주식, 채권 각 5종목 이상(국채 3종목)으로, 이종자산은 파생상품과 주식혼합형은 파생상품기초자산 5종목 이상으로 정했다.
자산운용의 제한도 없다. ETF 발행사이자 운용을 맡은 증권사가 운용을 잘해 기초자산 수익률보다 더 우수한 수익을 내면 그 이득은 고스란히 증권사의 몫이다. 거꾸로 운용을 못해 기초자산보다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그 손실분은 증권사가 갚아야 한다. 물론 고객이 받은 이익은 기초자산의 수익률과 동일하다. 운용능력에 따라 생사가 엇갈리는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것이다. 단 ETN시장이 초기인 만큼 기초자산 수익률과 운용성과를 거의 일치시키는 헤지거래에 집중할 전망이다.
◇ 시장규모 최대 12조원, 꾸준한 운용보수로 신수익원 정착 기대
ETN시장의 최대수혜를 입는 곳은 증권사다. ETN 자체가 증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신용상품으로 발행주체를 증권사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증권사에만 허용된 전용파생결합상품인 셈이다. 자기자본은 1조원으로 선을 그었다.
이보다 자기자본이 훨씬 많은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개의 대형증권사가 ETN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미래에셋, 대신, 하나대투증권 등은 시장상황을 보고 후발주자로 뛰어들 방침이다. 자본력이 뒤지는 중소형사를 위해 보증인제도를 마련했으나 신용위험을 전부 떠안아야 하는 위험때문에 보증기관이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전문운용인력도 뒤받침되지 않아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세팅부터 쉽지 않다. 운용마진은 ETF보다 좋은 편이다. 운용보수는 ETF보다 다소 비싸고, 정율제가 아니며 손이 많이 가는 ETN일수록 비싸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ETN시장규모가 최대 약 12조원으로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상장심사중으로 운용보수 등 제반비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거래소 시뮬레이션자료에서 최대시장규모 12조원, 운용보수 등 제반비용이 대략 2%로 계산할 경우 이들 6개 증권사들이 버는 운용보수는 약 2400억원을 챙길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발행시장이 많이 죽었기 때문에 증권사가 수익창출할 수단이 많지 않다”라며 “수수료도 너무나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되며 지속적으로 안정된 수익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ETN은 운용만 잘하면 안정적으로 운용보수를 내는 신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ETN시장개설에 울상인 곳은 운용사다. ETN시장 ETF시장 별도로 형성될 경우 타격은 없다. 문제는 제한된 시장파이가 늘리는 것이 아니라 ETF수요가 ETN으로 흡수되는 경우다. 시장참여자가 늘지 않으면 ETF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서로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경쟁관계로 전체 시장파이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나 최근 시장상황은 한정된 시장참여자가 ETF를 거래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이 ETN시장 쪽으로 이탈하면 오히려 ETF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측은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이용국 증권상품시장부 부서장은 “국내ETF시장은 코스피200, 레버리지 등에 집중되는 등 소수ETF 쪽에 편중된 시장구조”라며 “투자자들에게 더많은 자산관리수단을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ETF쏠림현상으로 안정적으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장내상품이 부족했다. ETF로 창출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장구조를 ETN으로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 ETN(Exchange Traded Note) = 증권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고 투자기간 동안의 지수수익률을 보장하는 만기가 있는 파생결합증권을 뜻한다. 반면, ETF는 자산운용사가 자산운용을 통하여 지수수익률을 추적하는 만기가 없는 펀드라는 점에서 ETN과 차이가 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