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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사 지배구조 극과극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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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10-09 21:09 최종수정 : 2014-10-09 22:06

[기자수첩] 금융사 지배구조 극과극
○…관치 낙하산이 대한민국 대표 금융그룹을 망쳤다는 낯익은 비판에서부터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노동조합과 내부 임직원들은 무얼 했던 것이냐는 낯선 질타까지.

2014년 10월 후진적 정치관행을 답습하던 국회가 벼락치기 국정감사에 들어간 첫주 무렵에 강하게 맞물리다 못해 마구 뒤엉킨 채 ‘진흙탕’을 구르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진 지 얼마나 오래 된 것인데 이러고 있는 것일까. 남의 나라 사람들이 알면 부끄러워 고개조차 들 수 없을 만큼 민망할 지경인 것. 미디어업계와 당국은 알고 있을까.

맞물리다 못해 뒤엉킨 사연이 하필이면 진흙탕 위에서 펼쳐진다는 점을 주목할 일이다.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진 악담과 헛다리 짚는 담론이 판을 치면서 모처럼 제 정신 차리고 깔끔하게 새출발 할 수 있는 계기를 무위로 돌리기 딱 알맞은 상황으로 자꾸만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물러나고 끈질긴 항전을 예고 했던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물러난 뒤, 둘러싼 현실이 실체를 드러냈다.

‘심기일전’ ‘절치부심’ ‘와신상담‘ 새로운 각오와 정신으로 새 물결을 일으키는 데 앞장설 CEO가 선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단언컨대 ‘참 바보’상이라도 제정해 드리고 싶다.

80여 명에 가까운 인물을 헤드헌트 업체가 추려 낸 범위 안에서 다시 추린 결과가 1차 압축된 후보군이었고 금융계 안팎에선 실망을 너머 어이없어 하는 반응도 비일비재했다. 왜 그랬을까?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안목과 시야, 전문성의 한계가 빚은 참극이라고만 볼 것인가?

몇 몇 전문성과 업무 역량이 충분해 보이는 후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 출신이니 외부 출신이니 하기 앞서 이미 대형금융그룹 CEO로선 현격한 결격사유가 확인된 사람마저 포함시킨 결정을 한 것은 사외이사들이다.

산업자본 경영인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었던 전경련에서 잉태했던 한국경제연구원이 ‘KB 사태를 둘러싼 한국 금융산업’을 진단하는 세미나를 연다고 한다. 소수의 지분을 순환출자하는 방식으로 황제 경영을 펼치는 경우가 허다한 산업자본 경영인 단체와 강한 연관을 지닌 민간 연구소가 오죽하면 KB금융 사외이사진에 비판적 코멘트를 날렸을까.

○… 최근에 드러난 담론 중 앞날을 위해 깊게 성찰해야할 대표적인 담론을 꼽자면 ‘내부 출신의 중량감에 대한 인식’ ‘CEO선임은 이사회의 전유물’ ‘금융사, 특히 은행을 일반 주식회사로 동일시하는 시각’ 등이다.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장 심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단연코, 뱅커 출신은 대형금융그룹 CEO로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그릇된 믿음을 꼽을 수 있다. 신충식 초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어느 간담회에서 내부 출신이라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판을 전제로 질문을 받았을 때 속 심정이 어땠을까?

잦은 외풍개입과 내부 인맥들 간 오랜 경쟁구도 때문에 조직 통합과 장악에는 정치 뒷배가 든든한 외부 낙하산보다 약할 순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조직의 역사적 좌표를 잘 알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는 특성은 무시되고 말았다.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싶다.

각각 꽤 큰 약점을 남기긴 했지만 중량감 면에서 공인받았던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내부출신이 아니었던가? 내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고 중책을 여러 차례 수행하면서 일 솜씨를 제 아무리 갈고 닦아도 은행원 또는 금융사 직원 출신은 안 된다는 현행법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다시 역으로 질문을 던져 보자.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췄다고 칭송 받았던 그 많은 CEO들 중에 성공한 사례가 얼마나 흔한지를.

○… 또 하나 구 시대적 인식은 금융회사가 어떤 곳인지 자꾸 망각하는 건망증에서 비롯된다.

은행을 주력 자회사로 하는 은행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는 어떤 회사인지 되짚어 보고 생각해야 한다. 은행은 신분 확인이 가능한 국내 거주자(다른 나라 국적을 지닌 사람도 절차를 밟으면 가능) 누구나 거래를 할 수 있는 금융사다. 여기서 거래란 돈을 맡기면 그 돈을 잘 굴려서 이자까지 쳐서 돌려 주는 믿음을 전제로 한 금전 거래가 기본이다. 절대 부도날 일이 없으며 돈 떼어 먹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공신력 있는 당국이 인가를 내준 곳이다. 그냥 제조업체와 가장 다른 점이 금융업의 근간인 셈이다.

그래서 주주가 주인이니까 주주의 결정만 존중하면 되는 일반 기업이 아니라 금융거래와 연결된 거래 고객들과 금융시스템상의 중요한 역할 때문에 부여 받은 공공적 책임까지 포함돼 있다.

선임 절차와 방식, 그 이전에 추천위원회 구성을 이대로 유지해야 옳은 일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평생 직장으로 삼은 채 거래 고객들의 자산을 책임껏 불려주는 걸 천직으로 여기는 직원들을 대변할 사람, 은행 거래를 통해 채권자 관계에 있는 거래 고객을 대변할 사람, 사회적으로 중요한 만큼 공공성을 지향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감시할 사람을 사실상 상설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포함시키면 안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외이사 선임 방식과 인력 풀 의존 방식으로 만들어낸 금융지주 이사진은 매우 무기력 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 있으니까 던져보는 질문이다.

일반 산업자본 계열 기업이야 부실해져서 망했을 때 주주들의 손해가 가장 크니까 주주들이 전권을 쥔다지만 은행은 다르다는 이 엄연한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은행지주사는 은행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회사이지 은행 위에 그저 군림하고 지배하려고 태어난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직시해야 오늘의 과제는 풀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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