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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우(時雨)금융 날개 어쩌다 꺾였나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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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9-17 22:18 최종수정 : 2014-09-18 00:54

[데스크 칼럼] 시우(時雨)금융 날개 어쩌다 꺾였나
일부 사외이사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설사 이사회 전부 옹호하고 엄호하더라도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기획재정부 차관까지 지냈기에 ‘모피아’라는 분류를 면치 못하는 그가 금융인으로 변신한 것이 지난 2010년 8월 어윤대 회장과 러닝메이트를 이루는 KB금융 사장을 맡으면서다. 어 회장 시절 임 사장은 앞으로 나서기보다 차분히 업무를 챙기는 스타일이 강했다. 본디 뜻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여름 KB금융 회장으로 선임된 뒤가 그렇다.

때문에 무슨 일을 벌이고 뜻을 펼치기도 전에 그로서는 ‘매우 엉뚱한 누명’을 쓰고 최종 사퇴할 일만 남은 이 상황이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한편으로 임 회장에게 기대를 걸었던 주주나 내부 임직원, 또는 KB금융 자회사와 금융거래를 유지하는 일반인들로서는 재임기간의 짧음이 안타까울 수도 있다.

◇ ‘시우’ 패러다임 뿌리 뻗기도 전에

무엇보다 임 회장은 ‘시우(時雨)금융’을 구현하겠다고 선포했고 나름 노력을 기울였던 터여서 안타까움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취임 즉시 영업창구에서 현장경영에 관심을 보이고 저신용 서민친화적 상품을 내놓을 때까지만 해도 모처럼 국민은행을 주력자회사로 둔 KB금융그룹 CEO로 적합한 사람이 왔다는 평가의 소리도 들렸다.

임 회장의 시우금융 대계가 본격화하면 얼마 만큼의 파급력을 끼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운 사람 중에 한 사람으로서 올해부터 본격화할 그의 행보는 큰 관심사였다.

기대가 컸는데 실망할 일이 생기면 그 허탈함이 더 커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되짚어 보건대 돌발 악재에 시달릴 때 기대이하의 운신을 하면서 실망을 안겨준데 이어 이번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정면충돌 몸싸움 양상의 갈등이 표출된 이후 실망을 너머 좌절감 또는 포기하는 심정에 지배당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금융인이었다면 획기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가설 탓에 경제·금융관료 츌신인 그에게 기대감이 쏠릴 개연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무언가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큰 시련에 직면했고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자초하는 행보 끝에 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금융인으로서 퇴출선고나 다름 없는 중징계를 맞았다.

◇ 천시를 헤아리고 활용할 역량은?

그런데 복기해 볼수록 정작 안타까운 것은 금융인으로서 주어진 기회를 채 써보기도 전에 밀려나게 된 그 과정보다 근본적인 게 있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 임 회장이 내건 시우금융 슬로건이 현실화 하려면 때(時)를 놓고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절대 필요했다. 어떤 상품을 줄 것인지 특출난 서비스를 줄 것인지는 또 다른 영역이고 KB금융그룹 인적-물적자원을 활용한다면 굳이 직접 나설 일조차 아닐 수 있다.

어느 업종의 어떤 기업에, 어느 계층 어떤 처지의 소비자들이 갈급해 하는 것이 무엇이며 꼭 필요해 하는 때가 언제인지 파악하는 일이 마냥 어렵지만은 않다.

수요조사는 금융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이 할 수 있고 대출요청을 비롯한 소비자 요청이 왔을 때 어떻게 고객감동 수준의 응대가 이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역시 그룹내 전문인력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맹자 등문공 편에는 시우가 어떤 효능이 있는지 공감가는 대목이 나온다. 공자 또한 성군으로 꼽은 탕왕이 이웃나라 정벌을 나설 때 백성들이 큰 가뭄 때 비오길 바라듯(若大旱之望虞雨也) 했는데 폭정을 일삼는 군주를 벌하면서 백성들을 위로하기가(誅其君弔其民) 때 맞춰 비가 내리는 듯(如時雨降)하여 백성들이 크게 기뻐했다는 대목이다.

◇ 카드 고객정보유출 이어 그룹가치 훼손 책임마저

민의를 헤아려 만인의 고통을 행복으로 바꿔준다는 전제조건이라면 제후가 자격 없는 군주를 토벌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발상. 공자나 맹자가 인정한 범주에 든다.

그런데 임 회장은 비판이나 도전을 거부하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카드고객 정보 대량유출은 지주사 사장시절 발생한 일이어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나중에 카드사 사장으로 간 사람이 대신 옷을 벗는 일이 빚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임 회장이 은행 IT본부장 인사에 직접 개입한 가운데 교체 예정 전산시스템의 중대한 결함이 있는데도 정확한 실상보고 없이 거액의 투자를 추진하게 했다는 것이 금감원이 밝힌 내용이다.

금감원은 검찰고발을 마쳤고 검찰수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시우금융을 구현해 수많은 가계와 중소상공인, 그리고 중소·중견기업들에게 긴 가뭄 끝 단비를 주는 혜택은 체감지되지 않고 내부 경영감독상 책임 소홀로 중징계를 맞이한 것이다.

전산기 교체문제를 내부토의로 해결하지 못하고 이 전 행장이 외부심판을 요청한 지가 벌써 5개월 가까이 흐르는 동안 그의 취임 1주년이 지나버렸다. 3년 임기 CEO가 3분의 1 조금 넘는 임기 동안 해당 금융그룹에 치명타가 될 수 밖에 없는 사태에 연이어 휩쓸리고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도 억울함을 강변한다면 CEO 맡은 뒤 세상에 드러난 사태 때문에 옷 벗은 사람은 무엇이며 깨끗이 사퇴한 은행장은 어떻게 봐야 한단말인가? 억울할 수 있다. 아랫사람 잘못 만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인사권은 임 회장에 있었고 언론에 알리겠다며 연휴 전날 특정언론만 초청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는 상식 밖의 업무추진이 오늘의 KB금융문화로 귀착되어 버렸다.

지난 경영진 임기 때 지주사 사장이었고 지금은 회장인 사람 만큼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할까? 주주들이 한 자리 모이기 어렵다해서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사외이사 또한 자신의 직분을 제대로 헤아린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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