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2.50%에서 2.25%로 낮아졌다. 이미 실세금리는 하락한 상황이라 기준금리 인하는 의례행사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6월 금통위 이후 통안채, 국고채 등 시장금리는 전분기 대비 약 6~19bp 떨어졌다. 경제팀 2기 출범으로 금리인하 기대가 선반영된 것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하반기 들어 대규모 평가이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는 채권가치 상승을 뜻하므로 보험사의 건전성에는 호재다. 평가이익이 자기자본에 반영돼 RBC비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보험사는 준비금 운용과 ALM(자산-부채관리) 차원에서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채권시장에서 연기금 다음가는 큰손이다. 예컨데 자산 200조원의 삼성생명만 해도 보유채권이 100조원에 근접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전에 이미 실세금리가 떨어져 시장에 반영돼 있는 상태”라며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이 발생하면 RBC 제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선 RBC비율 상승효과는 한시적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운용수익률 하향세가 예고됨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 수익률 제고를 위해 시장발굴과 위험투자를 늘리다보면 높아진 RBC도 머지않아 희석된다는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인하가 단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을 높일 순 있겠지만 이미 RBC비율이 높은 보험사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투자를 늘려야하는 상황이라 곧 희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차역마진에 시름 앓고 있는 생보사들에게 금리인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대형사들의 경우, 이미 RBC비율이 안정적인 상태라 더 높아진다 해도 별 이득이 없고 오히려 역마진이 더 악화될 조짐이다.
6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이원차 역마진율은 0.61%p로 전분기(0.58%p)보다 더 커졌다. 이는 준비금부채 평균이율(5.24%)과 이자소득자산 보유금리(4.63%)의 차이를 뜻하며 이차손익을 가늠하는 지표다. 보유금리가 부채이율보다 높으면 이차마진, 낮으면 이차역마진이다.
그동안 금리연동형 상품으로 부채이율을 많이 희석시키기는 했지만 보유금리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게 역마진율 악화의 원인이다. 획기적인 수익률을 내지 않는 한 추세역전은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과거에 판매한 고정금리 상품의 부채가 준비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6% 이상의 고금리 부채의 비중만 해도 37%를 넘는다. 지급해야할 이자율은 높은데 보유자산의 수익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대형생보사도 마찬가지다. 한화생명은 고정금리 부채가 준비금의 55%를 넘는데다 평균 부채이율도 5.48%로 삼성생명 보다 높은 편이다. 대형사 관계자는 “보험상품 준비금으로 보면 이원차에서 역마진이 나는 것은 확실하다”며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부에 따라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