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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폴트 자동차보험의 동향과 시사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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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7-27 22:18 최종수정 : 2015-03-26 18:55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양진태 수석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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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폴트 자동차보험의 동향과 시사점
노폴트 자동차보험(no-fault auto insurance)은 자동차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고 당사자 간의 과실을 따지지 않고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이 제도가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시행될 당시에는 자동차사고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시행 후 45년 가까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다소 초라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노폴트 방식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모델인지에 관해서도 많은 의문을 갖게 된다.

1. 도입

미국에서는 1930년대 이후부터 자동차사고 관련소송과 비용증가로 인해 전통적인 불법행위법제가 갖는 비효율성이 노출되었다. 입법자들과 법학자들은 자동차사고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피해자가 더 많이 보상받을 수 있는 대안을 오랜 기간 고민하했는데 이렇게 나타난 것이 노폴트 자동차보험이다.

1971년 1월 메사추세츠주가 노폴트 자동차보험제도를 입법화했으며 1971년부터 1976년 사이에 메사추세츠를 포함한 16개 주가 노폴트 자동차보험을 의무보험으로 도입했다. 이후 미국 교통부가 자동차사고와 관련해서 노폴트보험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던 1977년에 전성기를 맞으면서 노폴트보험의 영역은 계속 확장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76년 이후에는 노폴트보험을 입법한 주가 없었고 1980년대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콜로라도 등 4개 주가 제도를 폐지하는 수난을 겪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는 1988년과 1996년 2회에 걸쳐 노폴트보험 도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하였는데 압도적인 차이로 시행안이 부결되었고 애리조나주에서 1990년에 실시한 주민투표도 찬성론자들의 참패로 끝났다.

전통적인 불법행위법제 하에서는 자동차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가해자측 보험사가 손해배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에 비해 노폴트보험은 ① 사고당사자들 각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 보상을 청구하고 ② 보험사는 자기 회사에 보험을 가입한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상관없이 보상하는데 ③ 이때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은 피보험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제한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2. 순기능과 역기능

노폴트보험은 초기에 ① 운전자 자신을 위한 보험의 가입을 강제할 경우, 사고를 당한 운전자들의 대부분이 적절한 수준으로 보상받을 수 있고 ②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이나 행정절차 등을 줄여서 자동차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자동차보험료가 인하될 수 있다. ③ 또 이와 같은 비용감축은 사고를 당한 운전자에게 신속한 보상이 이루어지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기대됐었다.

그러나 노폴트 자동차보험이 시행된 후 1980년대 초반까지는 당초의 기대에 부응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노폴트보험을 시행하는 주에서 소송이 제기되는 규모가 전통적인 불법행위법제를 유지하고 있던 주를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자동차사고 피해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노폴트보험이 달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노폴트제도를 시행한 주의 의료비 수준이 그렇지 않은 주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하였는데 의료서비스의 문턱을 낮춘 결과, 보험금을 받기 위해 척추지압이나 물리치료 등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였고 이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들도 자동차사고 피해자들과 결탁해서 사기적인 보험금 청구를 조장하였다. 자동차보험료 측면에서도 당초 예상과 달리 노폴트를 시행한 주의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현재는 전통적인 불법행위체제를 유지한 주보다 수백 달러 비싼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노폴트보험은 제3자가 부담할 부분을 피해자 본인의 보험으로 이전시킴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전제로 했는데 노폴트를 시행한 주를 보면 보험료 수준이 상승하는 현상이 전통적인 책임보험인 대인배상보험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즉, 노폴트를 시행한 주의 대인배상 보험료가 전통적인 불법행위법제를 유지한 주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다.

노폴트 자동차보험을 시행했다 폐지한 사례를 볼 때도 노폴트가 비용감축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조지아주는 1991년에 노폴트를 폐지하였고 이후 코네티컷주가 1994년, 콜로라도주가 2003년에 폐지하였는데 이들 3개 주는 노폴트를 폐지한 직후 비용이 감소되는 현상을 경험하였다. 또한 콜로라도주는 노폴트를 폐지하고 전통적인 불법행위법제로 복귀한 해에 평균 보험료가 100달러 이상 인하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각 주에서는 노폴트보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플로리다주에서 노폴트보험 개혁법이 시행된 2013년 1월 이후 주정부와 의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노폴트보험은 책임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제도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필자는 부정적인 의견이다.

3. 문제점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폴트 자동차보험은 전통적인 불법행위법제와 결합되어 있는 책임보험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출현했는데 노폴트보험도 ‘보험’인 이상 필연적으로 도덕적 위험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사고가 발생한 경우 책임보험에서는 가해자측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third party insurance’ 구조를 취하고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보상수준 등에 관해 상호 견제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와 달리 노폴트보험은 ‘first party insurance’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보상한도 범위 내에서 발생한 경미한 규모의 사고 등에 대해서는 본인 과실과 무관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또한 전통적 노폴트에서 채택하고 있는 손해배상기준 역시 의료비 등 손해액을 과장하는 행위를 유발하는 등 사기적인 보험금 청구에 취약한 구조라는 문제가 있다.

플로리다주가 2013년에 시행한 노폴트보험 개혁의 주요내용 중 한 축은 보험금 지급요건을 종전보다 엄격하게 한 것인데 이는 결국 자동차사고에 대한 노폴트보험의 보장기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금 지급요건을 제한하는 것은 분명히 보험사기와 관련된 보험금 누수에 대응하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보험사기와 무관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사고 후 14일 내에 주법에서 인정하는 자격이 있는 의료전문가의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은 속칭 나이롱환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경미한 상해를 입은 사람, 또는 의사를 만나기 싫어해서 시간이 지나면 증세가 호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 등과 같이 정당한 청구인들이 배제될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한다.

4. 맺음말

자동차사고 관련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여 소송이 남발하거나 분쟁이 장기화되어 발생하는 부작용을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자동차사고 피해자가 전통적인 불법행위법제 하에서 누릴 수 있었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그와 같은 제한에 대한 법리적 타당성은 별개로 하더라도 누구나 자동차사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제약을 가하는 점에 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다면 노폴트 자동차보험의 시행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노폴트보험이 책임보험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요원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에 노폴트 자동차보험을 도입하는 것에 관해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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