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6개사 시총 1조1815억원, 1년동안 2배 넘게 성장
첫돌을 맞은 코넥스시장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이다. 시장개설을 주도한 금융당국은 초기 중소기업에 최적화된 증권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낙관하는 반면 업계에서는 유동성부족으로 시장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먼저 코넥스를 보는 금융당국의 평가는 호평일색이다. 상장기업수 등 각종 코넥스시장지표들은 출범 이후 1년동안 2배 넘게 성장하며, 초기기업의 자금조달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시장개설 당시 21개사에 불과했던 상장기업수는 지난 1일 56개사로 증가했으며, 연말에 100개사의 돌파가 무난하다. 시가총액도 같은기간 4689억원에서 1조1815억원으로 2배 넘게 늘어나는 등 규모면에서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이와는 정반대다. 되레 시장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인 사고 파는 거래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코넥스의 거래규모는 올해들어 일평균 거래량은 37천주, 거래대금은 2.6억원 수준으로 지난해(거래량 6.1천주, 거래대금 3.9억원) 대비 감소했다.
첫돌이 지났으나 유동성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코넥스의 경우 하루에 거래량 1주가 없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일평균 거래량은 37천주, 거래대금은 2.6억원’이라는 결과는 일부 개인투자자, 증권사 LP들과 증권유관기관들이 한달에 드문드문 체결되는 거래량을 합산하고 이를 한달로 나눠 계산한 수치다. 전체 영업거래일 20일 가운데 5일 정도는 거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극심한 유동성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코넥스의 거래부진은 이미 예고된 일이다. 금융당국이 코넥스참가자를 전문투자자로 한정, 출발부터 개인투자자를 철저히 배제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코넥스의 경우 시장참여자를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VC 등의 기관투자자로 제한했다. 초기 시장의 높은 위험을 감안했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에게 높은 진입요건을 마련했다. 개인에게 요구되는 기본예탁금(현금+증권평가금액)이 3억원. 주식투자자 1인당 투자금액이 평균 58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투자자를 코넥스에서 사실상 아웃시킨 셈이다.
◇ 금융위 개인투자자 기본예탁금 폐지 및 완화 ‘NO’, 시장활성화 한계
코넥스거래부진에 대해 금융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답을 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하는 기본예탁금완화 및 폐지가 아니라 수요기반 다변화에서 찾고 있다. 개설 1주년을 맞아 거래진작을 위해 빼낸 카드가 수요자 다변화다. 대표적인 예가 코넥스에 투자하는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예탁금규제완화다. 전문가가 운용하는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에 한해서 기본예탁금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단 투자자보호차원에서 코넥스주식 투자한도를 일정 비율(예시: 30%)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다. 접속매매변경 같은 매매제도의 편의성도 강화했다.
하지만 ‘기본예탁금완화 및 폐지’라는 알맹이가 빠진 대책으로는 코넥스가 활성화될 것이라는데 부정적이다.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이상 ‘유동성부족→투자자 외면→시장침체’ 악순환이 그대로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대해 금융당국은 코넥스주식을 편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투자대상이 ‘BBB이하 채권(30% 이상)’이지만 코넥스 상장주식도 ‘BBB이하 채권’과 똑같이 대접하며 수요다변화의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이같은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운용사들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코넥스주식편입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운용사 관계자는 “사이즈를 줄여 고위험회사채를 편입하고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노리고 있다”라며 “코넥스종목도 투자대상이지만 유동성이 뒷받쳐주지않아 편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개최된 코넥스시장 진단 및 발전방향 포럼에서도 참석자들은 기본예탁금폐지, 완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코넥스협회 김군호 회장은 “기본예탁금은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며 “금융당국이 매매제도 등에서 규제완화에 나서며 디테일한 대책을 내놓지만 예탁금폐지나 완화없이 실질적으로 거래량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설종만 IB사업부장은 “코넥스활성화를 내세우면서도 개인예탁금규정을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라며 “최근 개인투자자의 온라인거래비중이 80%로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투자에 책임을 지는 개인들이 많은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자유롭게 투자하거나 예탁금제한을 2000만원~3000만원으로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기본예탁금폐지 및 완화’의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은 코넥스의 개인투자자 참여에 대해 ‘절대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이명순 자본시장국 과장은 “코넥스는 기본적으로 초기, 중소기업을 위한 시장으로 이들의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그 대신에 손실감내능력이 있는 전문투자자 중심의 자금회수시장으로 설계됐다”며 “정규시장에 들어가기 이전 단계의 인큐베이터 시장이며 기본적으로 거래가 활발할 수 없는 구조로 설립취지가 거래소, 코스닥과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시장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기본예탁금에 관한한 금융위가 기존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2~3년 뒤에도 코넥스침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