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행 장내파생상품 직접거래 허용, 선물사 수수료급감 타격
금융당국이 장내, 장외파생시장의 활성화를 총집대성한 파생상품시장발전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가 기대했던 선물옵션 거래승수인하 등이 대거 빠진데다, 은행의 장내파생상품 투자매매업 라이선스허용으로 증권사 입장에서는 규제안에 가깝다는 평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파생시장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장내, 장외, 파생결합증권시장을 총망라한 메가톤급 발전방안이다. 먼저 장내파생시장의 경우 눈에 띄는 대목은 신시장 개설이다. 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했던 V-KOSPI200 선물은 물론 섹터지수, 미국달러 야간선물 등이 올해 안에 도입되며, 만기20년 국채선물, 단기금리선물(예: 코리보), 외환선물(예: 위안화 등), 일반상품(예: 석유) 등도 1~2년 이내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장외파생시장은 오는 30일부터 적격 원화IRS 거래에 대한 의무청산을 시행하며, 거래정보저장소(TR: Trade Repository) 보고의무화를 위해 법상 장외파생상품 거래정보 파악 권한이 부여된 금감원과 거래소를 TR 체계에 포함하는 등 국내 TR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파생결합증권시장의 경우 거래소에 상장·유통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도입된다. 이는 발행자가 만기에 기초지수의 수익률에 연동하는 수익 지급을 약속하는 증권으로 ELS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만기이전 반대매매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밖에도 시장운용의 자율성도 확대했다. 금융위의 의결이 필요한 사항 외의 △상장: 품목별 세부 기초자산, 결제월의 수 등 △매매: 호가수량 단위, 호가가격 단위, 권리행사가격수, 권리행사의 유형(옵션) △시장관리: 시장조성 대상 상품 및 평가기준 등 파생시장업무규정시행세칙은 거래소파생상품시장 위원회의 심의, 의결사항으로 개정,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토록 했다.
◇ 파생시장 개인투자자 배제 의지, 증권사 규제완화기대 ‘물거품’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파생시장을 되레 후퇴시킬 방안도 더러 있다. 대표적 것이 적격개인투자자로 개인의 파생시장진입을 제한한 것이다. 1단계 코스피200선물, 개별주식선물 등 단순선물거래는 온라인 교육프로그램(금투협회, 30시간) 및 모의거래(거래소, 50시간)를 이수할 경우 허용할 방침이다. 2단계 상품구조가 복잡한 선물거래는 선물상품을 1년이상 거래해야 자격을 준다.
현행 증권·선물사의 라이선스인 국채 외환장내파생상품 투자매매업도 은행에 열린다. 단, 미국달러선물 및 신규도입될 만기20년 국채선물에 우선 허용한 뒤 시장상황 등을 살펴 5년이내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이탈, 선물사는 위탁수수료급감이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사전교육, 모의거래의무는 물론 증거금도 단순선물거래는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2단계 선물거래는 5000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기존 선물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어 매매를 중단할 경우 각종 진입제한으로 신규투자자의 유입이 더딜 수 밖에 없다.
KDB대우증권 심상범 AI팀장은 “개인투자자의 공급은 여하간 억제될 수 밖에 없다”라며 “특히 옵션매매는 1년간의 선물 거래가 있어야만 가능하므로 당장 거래를 시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최소한 옵션시장은 1년간 개인투자자의 공급이 중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선물사의 경우 은행의 국채외환파생자기매매 허용으로 가장 타격이 크다. 벌써부터 위탁수수료의 급감에 따른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선물사 관계자는 “은행의 자기매매파생상품을 5년 이내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발표했으나 우선적으로 허용할 달러선물이 시스템에 이상이 없으면 거래가 많은 3·5·10년 국채선물 쪽을 바로 풀 것”이라며 “증권사야 다른 먹거리가 많으나 선물사는 장내파생 쪽으로 수익원이 집중돼 있어 은행이 위탁거래가 아니라 자기매매로 빠지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책으로 증권사의 개인파생투자자 저변확대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는 평이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의 파생시장배제에 대한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히 밝혀서다. 이날 발표 이후 금융위는 ‘개인투자자의 파생시장 진입 관련 해외사례’관련 추가자료를 내놓으며 개인투자자의 무분별한 파생시장진입 차단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현철 자본시장국장은 “파생시장발전이 거래승수를 내려주고 LP호가제한을 풀어주는 식으로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는데 있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전문,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파생시장의 발전이 국제적으로 볼 때도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개인투자자이탈관련 파생시장유동성감소 △증권사·선물사 수익악화 등 우려에 대해서도 은행 등 전문투자자확대에 따른 시장파이증대로 상쇄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국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보수적으로 잡아도 장내파생시장거래가 30% 넘게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늘어난 시장파이만큼 증권사의 시장조성 등 수익창출기회도 더 많아져 장기적으로 봤을 때 증권사도 수혜를 입는다”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