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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機械之巧(기계지교) 에 근접한 금융정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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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6-18 22:07 최종수정 : 2014-06-22 13:00

정희윤 은행팀장

[데스크 칼럼] 機械之巧(기계지교) 에 근접한 금융정책
<제왕본기>라는 책에 옛 중국 요임금 시절 어떤 노인이 배를 두드리며 노래 부르길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쉰다, 내 밭을 갈아 먹고 내 우물을 파서 마시니,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엇이 있겠는가’라는 내용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하늘이 정한 이치에 맞춰 스스로 힘을 써 양식을 얻으며 만족스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임금이 베풀어야 할 참된 정사(政事)임을 강조할 때 인용되곤 했던 낯이 익은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주자학이 성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정자(程子, 정확하게는 정明道) 선생이 ‘맹자(孟子)’ 진심(盡心)편의 한 구절에 주석을 달면서 인용한 것이다.

난생 처음 ‘맹자’를 정독할 기회를 마련했다가 최근 목도하는 상황과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나 하며 무릎을 쳤다. 배움이 짧아 엉뚱하게 끌어다 쓰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비평의 본 뜻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본다.

◇ ‘충’과 ‘서’ 정책집행자로서 바른 기준

이 대목과 관련된 맹자 구절은 진심편 상13장이다. 복된 삶을 누리고 있노라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만족감이 있는가 하면 속으로는 불만족스럽거나 심지어 고통스럽지만 겉으로 표현할 수 없어 거짓으로 즐거워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 것이다.

일방적 권위와 힘으로 억누르는 지도자인 ‘패자(覇者)’의 백성들은 ‘驩虞(환우)’하고 진정한 제왕 격인 ‘왕자(王者)’의 백성들은 ‘호(白+皐)호’하느니라, 라고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주자가 전하길 여기서 환우란 조작한 바가 있는 기뻐함인 반면에 뒤쪽 호호함은 진실로 만족스러워서 광대하게 스스로 만족해 하는 모양이라고 구분했다.

어디서 차이가 비롯되는 것일까. 여러 경전에서 찾을 것 없이 맹자의 같은 편에서 미루어 살필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유가에서 중시하는 덕목 중에 忠과 서(恕)가 있다. 맹자 진심편 상4장엔 힘써서 ‘서’를 행하면 인(仁)을 구함에 이보다 가까울 수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서’란 내 마음을 미루어 남에게 미치는 것이고 힘써 서를 행함은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끼치지 말라는 가르침과도 연결된다.

자신을 닦는 과정에서부터 나라의 정사를 돌보는 모든 과정에서 강조하는 덕목인데 이런 노력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패자의 백성들을 양산하기 십상이라는 지적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구’들인 셈이다.

◇ 은행지주 지배구조 개선 방향이 맞다 해서

맹자씩이나 들춰 내며 살피고 싶은 상황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첫 번째다.

정부는 은행지주사 자회사인 은행의 경우 사외이사 수를 2인으로 줄이고 은행 외 자회사이면서 지주사 지분이 100%인 자회사이면 사외이사를 두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방안을 조만간 확정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전산망 교체를 둘러싼 은행 사외이사들과 국민은행장 및 상근감사위원 간의 다툼이 빚어진 가운데 KB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 결졍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던 사례가 나온 지 얼마 안된 시점이다.

필자가 만난 민간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기본적 방향이 적정하다고 보는 편이다.

지주사를 정점으로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를 여럿 거느린 금융그룹이라면 지주사의 CEO가 이사회와 함께 그룹 전체의 책략과 경영방침 설정과 리스크관리와 전산운용 등 영업인프라 통일성을 꾀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관계 맺는 고객들과 업권 특유의 환경에 따른 세부적 대응은 자회사가 수행하고 큰 그림과 기본 방향은 지주사가 이끄는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선언이 주목받은 것은 지주사 회장과 주력자회사인 은행장 간 다툼이 빈번했던 대한민국 금융 소사와 무관치 않다.

◇ 터와 뿌리는 둔 채 꽃과 열매 아름답게

정부의 개선방안은 원인이야 어찌 됐건 잡음 발생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지엽말단적 처방이다. KB금융 상황 전에도 우리금융지주 1기 경영진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유명했는데 정부는 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방안에 집착한 데 이어 지주회사가 정한 방침에 반하는 의결을 자회사가 할 소지, 지주사 이사회가 결정할 권한과 범위를 더욱 넓히는 대신 자회사 CEO와 이사회는 단순히 영업 잘하기만 논의하고 모색하도록 제한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법안으로 표상해 놓은 금융소비자보호기구와 관련해서도 건전성 감독에 쏠린 금감원 대신 기구를 분리하되 정부부처로서의 금융위원회가 두 감독 집행기구를 통할하는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

법령 제·개정권과 감독정책 입안 및 집행권을 지닌 覇者는 정말 올바르게 최선을 다해왔는데 하위 감독집행기구 때문에 카드사태로부터 저축은행사태, 동양그룹사태, 개인정보 절취사태까지 이어졌으니 하위 기구만 쌍봉형으로 가면 된다는 처방과도 같다.

정권 전리품인양 낙하산 인사가 지주 회장을 맡아 제왕적 권한을 휘두른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이 지주사 권한을 강화하는 지배구조 개선안 뿐이고 소비자보호 업무를 강화하더라도 모든 정책과 감독정책은 공무원 조직 중심으로 움직이는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맹자께서는 기계의 공교로운 일을 벌이는 자는 부끄러움을 쓰는 바 없다고 비판했다. 기계지교(機械之巧)를 지목한 것이다. 기계란 본질을 성찰함 없이 관성적으로 되풀이하는 행태를 뜻하기도 한다. 정자는 기계지교를 두고 기계와 변조의 공교로운 일을 벌이는 행태라고 풀이했다.

모피아 아니면 정피아들을 끝없이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인사가 판을 친다는 비판의 아우성, 감독기구개편은 금융위원회를 민간 중심 의결기구로 하고 공무원 조직은 배제해야 한다는 반론은 이 시대 패권을 진 사람들에겐 아무 영향이 없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행복하고 안락할까 앞으로?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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