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1분기 농협손보의 원수보험료는 9701억원으로 롯데손보(7935억원), 흥국화재(7399억원)를 따돌리고 손보업계 7위로 두 계단 도약했다. 시장점유율 역시 5.4%로 3%대였던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팽창했다. 이는 6위사인 한화손보(1조376억원)에 비견될만한 수준이다. 점유율 또한 같은 5%대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두 손보사의 격차는 0.3%p(674억원) 정도다.
종목별로는 장기보험이 6847억원으로 롯데, 흥국을 웃돌았으며 특종보험은 2083억원으로 압도적인 실적을 나타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을 취급하지 못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농작물재해보험이 효자노릇을 한 것. 농작물재해보험은 통상적으로 가입시기가 2~6월이라 상반기에 보험료가 몰린다.
특히 지난 1분기(1~3월)는 경영진이 신보험시스템 오픈에 사활을 걸어 영업에는 별 신경을 못 썼던 때라 이같은 깜짝 매출은 더 괄목할 만하다. 3월 17일에 오픈된 신보험시스템이 안정화되는 5월말부터는 신상품들이 출시될 예정이라 한동안은 영업공세가 강화될 분위기다.
출범 2년차 만에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한 농협손보는 수년간 고착상태인 보험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출범 당시만 해도 10개 일반손보사 중 인수후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는 MG손보를 제외하고 업계 최하위나 다름없는 9위였다.
그런 농협손보가 서열 브레이커 본색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부터다. 비록 일시적이긴 하나 매출에서 롯데손보를 넘어선 적이 있다. 장기보험 영업에 몰두하면서 외형을 지속적으로 팽창시키는 등 점유율 늘리기에 매진한 결과다. 이는 4400여개의 단위조합 판매망이 있기에 가능했다. 출범 때부터 최대강점으로 광대한 단위조합 판매망을 지목한 업계의 관측이 들어맞은 셈이다. 달리 말하면 단위조합에 의존해 자체채널이 미약하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이다.
또 장기보험에서 70%(4795억원)가 저축성에 몰려있는 매출구조 역시 장래 손익에 문제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1분기 손해율이 92.3%에 달해 효율지표에서는 중형사를 넘볼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성 비중이 너무 커 자동차보험을 취급하지 않음에도 손해율이 90%를 넘는 것을 보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다”며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는 농협손보가 치고 나가다가 하반기에 역전당한 적이 있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