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0p 돌파의 1등 공신 외국인, 글로벌경기회복따른 신흥국 배팅
이번에 정말 증시 2000p시대가 열릴까?, 또다시 고점을 찍고 하락할까? 코스피가 2000p를 돌파하면서 증시가 추가로 상승할지, 되레 2000p가 강력한 저항선이 될지 ‘2000p 안착 vs 이탈’이 증시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몇년사이 2000p 공방에서 매번 맥없이 무너지면서 2000p 안착, 이탈여부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고정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2년 이후 코스피는 2000p 돌파한 뒤 추락하는 매매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코스피 2000p돌파는 이번이 7번째다. 과거 6번째 모두 2050p대에서 고점을 찍은 뒤 하락반전한 학습효과로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보다 고점에 대한 우려가 많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번 2000p돌파가 상승장 출발점인지 반등장세의 끝물인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눈에 띄는 점은 코스피를 바닥에서 천장으로 끌어올린 투자주체가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연초 이후 4.3조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던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 동안 1.8조원을 순매수하며, 증시상승을 이끈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수의 비중이 큰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업종 중심으로 ‘사자’에 나서며 코스피는 단숨에 2000p를 터치했다. 외인이 2000p돌파의 1등 공신임에 따라 2000p의 안착여부는 외국인의 매매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국인 추가매수에 대한 전망은 밝다. 무엇보다 글로벌유동성측면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사이의 디커플링해소조짐이 나타나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신흥국주식펀드의 순유출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6개월 이상 순유출이 지속됐던 아시아(일본제외)펀드는 지난 3월중순부터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의 테이퍼링 발언 이후 9개월째 자금이 빠져나가던 신흥국채권펀드의 순유출규모도 3월에 크게 감소했다. 선진국에서 신흥국 쪽으로 머니무브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수는 비단 한국시장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가에서도 지난해말부터 외국인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다”라며 “공통점은 아시아국가 가운데 한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등 제조업 경쟁력이 다른 나라보다 강한 국가들의 경우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펀드환매물량 증가, 원화강세시 환차익실현 위해 외인 매도전환 우려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중국이 각각 경제회복, 경기부양에 대한 모멘텀이 뚜렷해지는 것도 호재다. 미국경제의 바로미터인 3월 ISM 제조업지수는 53.8p로 형성돼 2월의 53.2p를 웃돌 것이 유력하다. 중국정부도 내부적으로 설정한 최소 커트라인인 7.2%의 경제성장률이 위협받을 경우 경기부양정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미국, 중국의 매크로이슈들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 추가순매수로 확대되며 2000p 안착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반면 2000p를 터치하자 쏟아지는 펀드환매는 상승세에 찬물을 껴얹는 부정적 요인이다. 지난 3일 코스피는 장중 2007p를 육박했으나 주식형펀드의 환매에 따른 약 1500억원어치의 투신권의 매물이 쏟아지며 1993p로 장을 마쳤다. 환율도 2000p 안착에 영향을 미칠 핵심모멘텀으로 꼽힌다. 지난 2월 1089.9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원달러환율은 최근 7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1057.9원으로 마감했다.
외국인 수급이 역사적으로 1050원/달러 아래에서 순매도기조가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강세가 이어질 경우 외인들이 환차익을 얻기 위해 매도에 나서 2000p 안착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엔화약세도 최근 소비세 인상을 단행한 일본이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추가양적완화 카드를 꺼낼 경우 엔화약세현상이 재개되며 수출비중이 큰 국내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00p 안착으로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피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대투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코스피가 2000p를 돌파했더라도 국내 증시의 12개월 예상PER (MSCI지수 기준)은 8.8배로 전세계 대비 62%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기업의 이익성장률과 밀접한 글로벌 교역량이 올해 의미있는 회복세를 보일 수 있고 국내 기업들의 ROE가 저점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 밸류에이션 지표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DB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선진국에서 이머징으로, 내수 신흥국에서 수출 신흥국으로 자금 흐름이 바뀌는 초입 국면”이라며 “지금 글로벌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동력은 밸류에이션으로 선진국대비 이머징의 저평가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