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손해보험업계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자동차보험 경과보험료는 7조172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06억원 감소했다. FY2012(2012년 4월~2013년 3월)에 원수보험료가 전년대비 첫 마이너스 성장한데 이어 지난해는 경과보험료도 감소한 것.
손보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매출액을 원수보험료라고 하면 이 중에서 재보험으로 출재하고 남은 것을 보유보험료, 여기서 당 회계연도에 해당되는 부분을 추출한 게 경과보험료다. 흔히 손해율은 경과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출한 경과손해율을 뜻한다.
영업을 중지한 에르고다음을 제외하고 흥국화재가 가장 많은 507억원 감소했으며 이어 현대해상(-230억원), LIG손보(-167억원) 순이다. 반대로 동부화재(335억원), AXA다이렉트(276억원), 삼성화재(264억원)는 늘었다.
손해율 산출의 모수가 되는 경과보험료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손해율 악화로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대부분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이 90%를 웃도는 것은 물론 몇몇 보험사가 100%를 넘어선 것 역시 경과보험료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손보사 관계자는 “발생손해액 증가도 원인이지만 모수가 되는 경과보험료가 감소하면서 손해율 악화가 더 심해졌다”며 “마일리지 보험, 블랙박스 특약 등 각종 할인상품의 활성화가 보험료 감소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의 경과보험료가 감소한 것은 FY2009(2009년 4월~2010년 3월) 이후 5년 만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사상 최악이었다는 2010년의 상황이 재현되는 분위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2010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대부분 90%를 넘나들었고 일부사는 100%를 넘어갔었다. 당해 12월 정부가 자동차보험 개선안을 발표했으며 손해율 안정을 위해 의료·정비·카드업계와 협의를 시작했으나 별다른 진척을 못 봤다. 이듬해 4월, 결국 자동차보험 판매수수료율이 2~4%p 삭감됐으며 자동차보험을 영업기반으로 했던 손보계 보험대리점(GA)들은 생존을 위해 이합집산하면서 연합GA의 팽창을 불러왔다. 이는 지금도 보험모집질서 순화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경과보험료가 역성장하고 2010년 최악의 한해를 보낸 뒤 2011년 초에 자동차보험 개선책이 시행된 것과 같은 현상이 재현되는 느낌”이라며 “손보업계는 상황타개를 위해 보험료 현실화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으나 대놓고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