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G4 정책변화 대응 & 장기성장기반 긴요](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40101211028128988fnimage_01.jpg&nmt=18)
수출·내수 균형성장이 중대과제
새로운 해의 새 빛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2013년 癸巳年이 물러가고 2014년 甲午年이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글로벌 BOK”라는 기치를 높이 들고 한국은행을 ‘선진 일류 중앙은행’으로 우리 다 함께 힘을 합쳐 재탄생시키자고 호소한지도 어언 4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로지 한국은행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 드림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중앙은행을 만드는 것을 최고의 목적으로 한국은행을 그 동안 개혁해왔고, 임직원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괄목할만한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믿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한국은행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고,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에 충만한 많은 직원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과제나 사업들을 수행하는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새 해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즉 경제운영에 있어서 과거와는 판이하게 구별되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진 전환점으로 후사에 기록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5년 여 동안 경험하였던 한 세기동안 최대의 시련이었으며 매우 심각하였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질곡으로부터 미국을 위시한 선진경제들이 서서히 벗어나는 조짐이 보이게 될 것이며, 또한 비전통적 수단이 통화정책의 주류를 차지하였던 시대로부터 다시 예전으로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수단들이 계속 개발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우리에게는 어려운 도전들이 제기될 것입니다.
지난 2주일 전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정책전환의 신호탄이었습니다. 미국경기 흐름과 노동시장여건에 관한 여러 지표들이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감지된 지 오래 되었고, 단지 시장에서 그동안 형성되었던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떤 형태로 조정될지가 문제로 남아 있었던 정도였습니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고 세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정책을 활용하여 미국 연준이 아직까지는 큰 무리 없이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책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미국을 위시한 선진경제의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양적완화 축소의 규모와 속도가 어느 정도 빠르게 진행될 것인가와 궁극적으로 금리의 정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향후의 관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미국의 정책변화를 예상하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이외에도 지금까지 양적완화에 대하여 공조체제를 갖추어왔던 미국·유로경제·일본·영국 등 소위 G4가 이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변화시킬 때에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대처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직·간접영향을 사전적으로 전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경직되지 않은 사고로 우리의 안목이 대내외 시장변화를 간과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높이면서 유연하게 대처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G4경제권이 앞으로 당분간 서로 다른 정책을 취하면서 계속 새로운 수단들을 개발할 기능성이 높다는 점과 그 동안 누적되어왔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의 수행에 따른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에 관하여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의 시각에서는, 양적완화정책이 위기 탈출에는 기여하였을지 몰라도 신흥경제를 포함하는 지역경제에 따라서는 부정적 파급영향에 따른 불균형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제반 조치들이 필요하였다고는 하겠으나, 이러한 과정 한편에서는 도덕적 해이는 만연하지 않았는지, 다른 한편에서는 과연 현금의 조치로 시장의 규율은 당초 위기재발방지에 필요하다고 판단된 기대수준만큼 세워졌는지, 또한 대마불사의 행태는 불식될 수 있겠는지 등의 의문들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위기극복 비용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costs)가 이루어져 다양한 형태의 부채가 증가하게 되었는데, 개별 주체들은 책무를 지지 않으면서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처리해야 하는 이 문제들은 어떤 비용을 치르면서 해결될 수 있을는지도 우리에게 부담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또한 비록 양적완화축소 결정이 미 경제회복에 대한 판단에서 비롯되었겠으나 아직도 학계 일각에서는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흑자국가들의 과잉저축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 고령화, 생산성 하락, 자본재 상대가격하락에 기인한 단기적 투자규모의 감소 등 다양한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논의의 전개에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한 해의 업적 몇 가지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지난 한 해는 원화국제화의 시동을 걸었다고 사료됩니다. 중국인민은행과의 통화스왑 중 일부를 무역결제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이를 정착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자원부국인 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UAE), 말레이시아 등과 통화스왑을 맺어 이 역시 무역결제를 확대하는 길을 텄고, 같은 맥락에서 인도네시아와도 통화스왑을 맺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국가들과 이러한 중앙은행 차원에서의 금융협력을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하여야 하며, 이러한 노력은 큰 틀에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통화스왑상대국가에도 금융위기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금융안전망의 기능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정책과 금융중개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수행되고 있는 신용대출지원 및 영세자영업자지원 프로그램은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으며,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및 기술형창업지원 등의 기능은 신용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분배의 악화가 야기될 위험이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러한 분야에서의 중앙은행의 기여도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시기인 것입니다.
셋째, 금융안정 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제규범작성에 우리나라의 국익을 대변하는 역할도 강화하여 오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5년 동안 Basel III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에 관한 장단기 규제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므로 우리 금융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이러한 과정에 더욱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넷째, 지역본부의 이니셔티브로 <골든 북>이 발간되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정책경험이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한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추진한 과제입니다. 한편에서는 지역경기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일 뿐 아니라 각 지역마다 다양한 현안과제를 심층 분석하여 지역경제발전전략 수립에 기여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의 노력으로 한국은행의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하여 진취적이며 적극적인 기풍이 진작되고 있다고 여깁니다. 국제적 안목과 미래지향적인 사고가 정착되어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앞에는 전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위상은 우리 스스로 세워나가야 합니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남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할 용기와 겸손함이 있어야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열린 사고와 관행으로 대내외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우리 자신을 연마하게 됩니다.
2014년은 靑馬의 해라고 합니다. 행운을 준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한은 가족 모두에게 국가경제발전과 한국은행의 융성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 몇 년 동안 뿌려놓은 씨앗에서 수확하려 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씨앗을 뿌리는 관행이 정착되는 2014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은행의 모든 임직원과 그 가정에도 행운이 가득 다가오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