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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발해 외면한 고려, 그럼 금융국제화는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3-11-17 18:32

[데스크 칼럼] 발해 외면한 고려, 그럼 금융국제화는
“고려가 발해사를 받들지 않았으니 고려(국력이 충분히) 떨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高麗不修渤海史 知高麗之不振也]”라며 유득공은 발해고 서문에서 찬 서리 비판에 나섰다.

“마땅히 삼국사가 있어야 했는데 고려가 이를 받든 것은 옳다”고 수긍했지만 “(그런데) 부여씨가 망하고 고씨가 망하자 김씨가 그 남쪽을 차지하고 대씨가 그 북쪽을 차지하니 발해라 일컫는다. 이는 남북국이니 마땅히 남북국사가 있어야 하는데 고려가 이를 받들지 않았으니 옳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옛적 영토를 적극적으로 아우르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었다 손 치더라도 면면한 역사를 거슬러 보면 비록 이민족에게 발해가 망했지만 마땅히 우리 역사로 끌어 안았어야 한다고 힐난한 것이다.

발해 아니라 이미 고려가 망한 지도 한 참 지난 조선 정조 때 실학자가 길어 올렸던 문제의식은 우리 민족 내부에서가 아니라 중국 때문에 가치를 더욱 발하고 있다.

근대 이전까지 배척하던 이민족의 역사까지 ‘대국굴기’ 재현에 쓸어 담으려는 손길이 우리 역사와 정통성에까지 미치자 꼭 재음미 할 역작으로 꼽힌다고 하니 이 어찌 씁쓸하지 아니한가.

◇ 통시성 망각한 현업 사람들! 배제하고픈 정책입안자들?

언어학에서 쓰는 개념이면서 사람의 삶과 문화 역사를 이야기할 때 매우 유용한 개념 가운데 통시성(通時性)이 있다. 말은 물론 글을 포함한 기호에 깃든 시대 변천 또는 흥망성쇠 흐름을 꿰어 보는 방법이 다른 분야에도 반드시 있으니까.

발해고를 지은 유 공께서는 역사 가치를 먼저 깨치신 것이고 못난 후예들이 ‘먹고 사느라 바빠서’ 핑계나 댈 줄 아는 어리석음 때문에 잃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들이 오죽 많은지. 다만 나라의 정통성에 관한 거창한 의제는 국민 공통의 몫이니 금융인도 할 도리를 해 나가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금융계 안에서 통시성에 눈을 틔우고 나면 어떨까?

최근 감독기구가 내린 평가 가운데 은행산업 국제화 수준을 놓고 “초국적화 지수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혹평엔 통시성이 결여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은행 해외점포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합한 일반은행 점포만 190개였다. 1998년까지 산은, 기은, 수은 등 특수은행 통계까지 감안해 보자.

외환위기 직전 해외진출에 비해 1999년 3월말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을 합한 해외점포가 118개로 곤두박질 한 것은 거의 사업포기 수준을 방불케 하는 것이다. 물론 게 중에는 합병 과정에서 당연히 통합했던 사연이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극복’ 슬로건에 억눌려 초단기 비용절감 목표 상명하달이 난무하던 과정에서 버려서는 안될 점포까지 버린 사례 또한 적지 않다고 한다.

A대형은행 한 국제금융 담당 간부는 “솔직히 외환위기 극복을 선언한 지 근 20년 다 되어 가지만 지금까지 유지했다면 우리 나라 금융산업 국제화에 큰 몫을 톡톡히 해 냈을 법한 보루도 있었는데 아직 전부 다 회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 산업 흥망이 그렇듯 기업 흥망에 연관된 책임 규명 또한

외환위기 당시 해외 점포에 근무하고 있었다는 B대형은행 출신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적어도 당시 정책당국의 해외점포 구조조정 방안을 생각해 보면 ‘구조조정’이라는 어휘조차 사치스러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치밀어 오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라면 강한 분야를 육성하고 취약한 분야의 문제점을 파악해 포기할 것과 살릴 것을 구분해내는 엄정한 과정이 필요했지만 당시에는 그럴 겨를이 없었고 해외점포가 손쉬운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다.

수익성과 건전성의 원인 분석, 생산성 개선 여부와 사업가능성 이런 것이 정치하게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비용절감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 해외점포 철수 러시로 귀결시킨 小史는 꼭 짚어야 한다.

심지어 그는 진출국 정부 또는 금융당국이 사무소 형태로나마 남아 주기를 요청한 경우에도 눈물을 머금고 철수한 사례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모든 것은 원인이 있어 결과가 있다. 철수했던 지역 가운데 다시 볼수록 알짜여서 염치 불구하고 문을 두드렸다가 냉대를 받으면서도 어렵사리 자리를 만들어 지극 정성을 들여 봤지만 긍정적 반응에 헛물 켜기만 어려 해 앙갚음으로 되돌려 받은 사례가 없지 않다.

내 코가 석자라며 야멸차게 돌아설 땐 언제고, 다시 먹고 살만 해 진 한국 금융산업이 스스로 더 잘 살아 보려고, 한 편으로는 정부와 감독당국의 채찍질에 해외진출을 늘리려 나섰던 상황설정 자체가 후진성을 면키 어려웠던 것이다.

◇ 누구나 저지를 수 있지만 반복해서 안될 잘못 있어

지난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내 금융사 외환 및 국제금융부문 경쟁력 제고 방안’이라는 거창한 세미나가 열렸을 때 모처럼 만난 2금융권 금융사 한 간부로부터 “국제화 현황 분석이나 진단은 갈수록 상세해지고 있지만 (전략 입안에 모티브로 삼을 만큼) 새로운 내용은 더 이상 나올 게 없는 것 아니냐?”는 반문에 직면했다. 시야의 한계, 그리고 탐구 수준의 저열함 때문인지 필자로서는 달리 반박할 내용을 떠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구조조정 미명 아래 잘못했던 일에 대해 제대로 돌아 본 적이 없는 대한민국 정부와 감독기구를 포함한 공공부문은 그렇다 치고 금융계 현업은 어떤가? 상무 이상 본부장, 부행장 등 임원들은 당면 업무 목표에 치어 살고 그 이하 실무선에선 같은 잘못 반복인지 아닌지 살펴보려 한다는 것 자체가 ‘정’에 맞기로 자처하는 ‘모난 돌’로 징치당하는 실정 아닐까.

어느 금융권역보다 연구조직과 인력이 시쳇말로 ‘빵빵한’ 은행권에서도 아직 원론적 언급과 진로제시에 그치고 있다. 많은 기간 많은 인력을 들일 형편이 안되는 줄 잘 안다.

그래도 이래선 절대 안됐던 것이었다는 사례만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것만 모아서 한 번 알려 달라고 주문하는 금융회사 CEO나 감독당국 또는 정책당국 고위관계자는 있었을까? 그걸 갖고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기라도, 잠시동안 만이라도 그래 보는 건 정말 반복해선 안될 잘못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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