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돌아봤을 때 은행들이 금융감독당국의 경영지도에 따라 너도나도 소비자보호본부 또는 소비자보호부를 신설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현재의 조직 명칭이 부적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싹텄다.
사전에서 ‘보호’라는 낱말을 찾으면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이라는 의미를 띠고 있고 통상적으로는 강자가 약자를 지켜주는 것을 뜻한다. 금융생활로 옮겨 놓는다면 보호라는 말은 정책당국과 금융감독당국과 같은 공공권력적 기구가 금융소비자들의 권익 등을 지켜 주는 역할에 적합한 셈이다.
그런데 은행을 비롯한 일선 금융사들은 아무런 배경검토나 철학적 성찰 없이 전담조직 이름을 ‘소비자보호’ 그대로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의 약탈적 영업행위 논란에다 워낙 고질적 환부여서 소비자 보호가 강조되는 추세 자체는 매우 바람직 한 일”이라고 살폈다. 그러면서도 “설사 금융사가 일방적 강자이고 고객은 약자, 이른바 갑을관계인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끝에 가서는 동반, 상생관계, 협조, 지원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면 소비자보호본부 혹은 소비자보호부를 두는 것에 멈춰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당국이나 감독당국이 아닌 일선 금융사는 소비자보호 조직으로 본을 삼을 게 아니라 고객관계심화와 만족극대화를 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싹트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호라는 표현보다 역할의 적확성이 드러나고 우리말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섬김’이 가장 옳은 표현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한다.
◇ 너도나도 소비자보호센터·본부·부 신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하나·외환·농협·기은·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금융감독당국의 경영지도에 따라 올해 초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부서를 잇달아 신설하고 나선 바 있다. 자발성보다 타의성이 강하다 보니 주요 8개 은행 모두 이름과 역할이 엇비슷한 실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0년 11월 은행권 최초로 고객만족센터 내 소비자보호조직을 독립부서인 금융소비자보호센터로 격상해 신설한 우리은행, 지난해 8월 민원실을 소비자보호부로 승격시킨 국민은행, 고객만족팀을 금융소비자보호부로 승격시키고 올 4월 금융소비자보호본부로 확대한 하나은행.
또 금융소비자보호센터라고 정한 외환·기업은행, 소비자보호부라고 부르는 농협은행, 소비자보호단이라고 칭한 산업은행 등 부르는 명칭은 각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호’라는 단어를 빼놓고서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부서라고는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은행 모두 다 보호라는 말이 꼭 들어가 있다.
◇ 대구·기은·SC 모범사례가 주는 시사점
본디 보호라는 말은 강자가 약자를 지킬 때 언급하는 말인데 상생 관계에 있는 은행과 고객사이에서 보호라는 말이 과연 적합한 지 의문이 싹튼다. 일각에서는 보호라는 말보다는 섬김, 고객만족, 감동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나마 대구은행이 지역영업본부 이름으로 섬김으로 사용하고 있고, 고객감동드림팀을 감성마케팅부로 격상시켜 선제적으로 감성충족 영업과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
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은행권 전반적으로 금융감독당국의 경영지도에 따라 소비자보호부를 신설할 때 행내 voice customer committee에서 고객 민원 청취와 대고객 업무를 진행하는 것을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확대 개편했다. 나아가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경우에는 전 세계 거점마다 고객위원회(Customer experience committee)를 은행장과 소매금융 총괄 부행장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이채롭다.
아울러 기업은행이 ‘서민섬김통장’이라는 상품을 내놨고, 타 은행들의 사례는 미미, 은행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섬김, 감동, 고객 만족이라는 용어는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이들 은행 사례는 근본적이고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주목할 만한 작용점을 준다고 평가할 만 하다.
◇ 이상과 현실 괴리 속에서도 진화 모색은 지속
A시중은행 한 간부는 “민원인 가운데는 금전적 이익을 바라고 일단 제기하고 보자는 식의 소비자도 적지 않은 실정이어서 절대 숫자가 줄기는 어렵다”며 “궁극적으론 전산 등 은행 핵심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데 이렇게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소비자 만족 극대화 조직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뒤돌아 보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계는 당국 주도의 소비자보호 업무 강화에 피동적으로 따라갈 뿐 능동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한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좀체 근절되기 않는 이른바 ‘꺽기’ 영업이 잔존하고 있는 현실은 엄연한 실체라는 고충의 뿌리가 깊기만 한 상황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은행 영업시스템은 지점과 지역영업본부로 수직계열화 돼 있고 실적평가는 수치로만 등장하며 지점장 목숨이 파리목숨에 비유되고 지역영업본부장은 임기 보장 없는 계약직인 현실에서 고객만족이나 정도 영업은 발붙일 곳 없어질 지경이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기 실적과 영업성과가 인사에 직결되는 현실의 한 켠에서 소비자 민원 감소를 추구하는 것 만으로 고객관계 심화는 요원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정희윤·이나영 기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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