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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대리인 도입 본격화…업계, 발등의 불

서효문 기자

shm@

기사입력 : 2013-09-11 20:36

이달 정기국회서 관련 법안 3개 심의 예정 “통과 가능성 높아”
신용정보업계, 사실행위 소멸로 채권매각 확대 “불법추심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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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업계는 최근 ‘채무자 대리인’제도 도입이 화제다. 불법추심 근절을 위해 고안된 이 제도의 도입을 놓고 업계와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과 정치권에서는 불법추심을 근절하기 위해 채무자의 권리를 강화하자는 입장 속에서 관련 법안들이 제출되고 있다. 반면 신용정보업계는 도덕적해이가 급증해 업계가 공멸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1일 신용정보업계에 따르면 이달 정기국회에서 지난 7월 민주당 민병두 의원 외 국회의원 13명이 발의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채권추심법 개정안)’ 등은 심의된다. 이 법안은 채무자가 변호사 등 일정 자격을 갖춘 대리인을 선임, 채권자는 대리인을 통해 채권추심을 시행하게 하는 것이 요지다. 강압적인 추심으로 고통을 받는 채무자의 방어권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신용정보업계에서는 국내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채무자 대리인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이 제도가 채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채무-채권자간 직접적인 추심행위가 없는 가운데 법적 책임이 없는 대리인을 도입할 경우 정상적인 채권추심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한 신용사회로 진입하지 못한 국내 사회에서 이 제도는 도덕적해이를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 관련 3개 법안, 이달 국회서 논의 시작…“통과 가능성 예년보다 높아”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불법 채권추심으로 고통을 받는 채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작년말부터 도입을 고려해왔다.

지난 7월에 발표한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에서도 변호사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자에 한해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신용정보업계의 화두가 된 것은 지난 2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채권추심법 개정안이 기폭제가 됐다. 홍종학 의원이 이전에 발의한 채권추심법 개정안에서도 채무자 대리인 제도 도입을 명문화했다.

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는 범위를 모든 금융사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종학 의원 발의안에서 신용정보사는 적용 예외사례로 분류했으나, 서 의원의 발의안은 이 예외 규정을 없앤 것. 가장 최근에 발의된 민병두 의원의 개정안(지난 7월 16일) 역시 적용 예외 사례는 없다.

3명의 의원이 발의한 채권추심법 개정안에 따르면 채무자 대리인의 자격은 다음과 같다.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법무법인·조합, 정관에 채무상담·조정 또는 불법채권추심방지 활동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단체 상시 구성원이 1000명 이상인 비영리민간단체, 채무상당·조정 및 불법채권추심방지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등이다.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하면 채무상환 거절, 채무불이행 사실 인정, 채무 액수 및 존부를 다투는 경우를 제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권자는 채무자와의 직접 연락이 금지된다. 단 채무자의 동의, 대리인과의 연락 두절 등이 발생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직접 접촉할 수 있다. 만약 채권자가 명시된 예외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와 직접 연락을 취하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민병두 의원 측은 “여전히 강압적인 채권추심으로 고통을 받는 채무자가 많다”며 “방어권 강화 차원에서 채무자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예외 사항이 아니면 대리인을 통한 연락을 허용해야 한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 도입 내용을 담은 3개의 법안은 이달 정기국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계획이다. 이 3개의 법안을 동시에 심의한 뒤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 신용정보업계에서는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고 있다.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는 “그간 채무자 대리인 제도 도입이 논의돼왔지만 최근 국회에서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하고 있어 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법안 발의자 및 국회에서는 불법 채권추심 근절 의지가 높아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 설득·권고·독촉 행위 근절 의미… “채권매각 급증해 불법추심 늘어날 것”

국회에서 채무자 대리인 제도 도입을 위한 활동이 본격화돼 도입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신용정보업계는 다급해진 상황이다. 법안이 통과돼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업계의 공멸 및 제도를 악용하는 연체자들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신용정보사들의 업무영역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채권추심 행위가 사실·법률행위로 구분되는 사실에 기인한다. 채권추심행위는 설득·권고·독촉 등의 사실행위와 압류·경매 의뢰 등 법률행위로 나눠진다. 신용정보사들의 영위하고 있는 채권추심 업무는 사실행위에 포함된다.

이중 법률행위는 채무자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채권자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로 채무자 대리인의 존재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문제는 사실행위다. 신용정보사들은 현재 채무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부채 상환 설득·권고·독촉 행위만을 실시하고 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도입된다면 채무자와의 직접 접촉이 제한돼 사실행위가 소멸, 신용정보사들의 업무가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신용정보업계에서는 사실행위의 소멸로 인한 후폭풍은 아이러니하게도 불법채권 추심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1년 IFRS 도입으로 인해 금융사의 총 여신에 부실채권이 반영되고 있다. 이는 부실채권을 일정 기준 이하로 자기자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무자 대리인제도가 도입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신용정보사 위탁의 메리트가 떨어져 채권매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용정보사가 채권을 매입할 수 없는 가운데 이는 대부업체가 소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법추심을 일삼고 있는 비제도권 대부업체가 법망을 피해 더욱 더 기승을 부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즉, 불법 추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불법 추심을 더욱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얘기다. 기경민 신용정보협회 본부장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신용정보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실행위를 차단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신용정보사들의 업무 영역을 소멸시키는 의미로 결국 금융사들이 채권추심 위탁보다 채권매각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정보사들이 현재 채권매입을 할 수 없는 가운데 금융사들의 채권매각이 늘어난다면 이는 결국 무등록 대부업체들이 소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비춰볼 때 불법 채권추심을 근절하겠다는 법안이 오히려 늘리는 법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이 제도를 악용하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간 채무자 대리인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쪽은 해외의 도입 사례를 예로 들었다. 미국·일본에서는 채무자 지원책 중 하나로 채무자 대리인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신용정보업계는 해외와 국내를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미국·일본과 국내에서는 신용정보사들의 추심업무 행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경각심이 팽배한 신용사회인 반면에 국내는 아직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채무자 대리인 역할 역시 해외에서는 채무-채권자간 균형을 유지토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채무회피의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일본의 채권추심사들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회수하는 영업이 허용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법적조치(경매·압류 의뢰 등)도 가능하다. 사실·법률행위를 할 수 있어 과도한 추심행위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높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에서는 채무자에게도 채무소송·압류·경매 등의 법적 조치에 대한 대응을 위해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도권 채권추심사들은 위탁받은 채권만 회수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법적조치 권한 또한 없어 채무자와의 연락이 제한될 경우 채권추심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한 신용정보사 관계자는 “신용사회가 정착된 해외에서는 채무자 대리인이 채무자와 채권자간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아직 신용사회로 접어들지 못한 국내에서는 채무자 대리인은 결국 채무회피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채권추심법 개정안 주요 내용 및 채무자 대리인 개요 〉



구 분 내 용



제안 취지 및 주요 내용 * 불법 채권추심에 고통받고 있는 채무자들의 방어권 강화 * 일정 기준에 따라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정할 수 있음 *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 * 예외 사례를 제외하곤 대리인과 연락을 취해야 함



채무자 대리인 자격 *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 법무법인·조합 * 비영리만간단체지원법 제2조에 따른 비영리 민간단체

- 정관에 채무상담·조정 또는 불법채권추심방지 활동 목적 명시

- 최근 1년 이상 해당활동 실시

- 단체 상시 구성원 수 1000명 이상

* 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 1호에 따른 사회적기업

- 채무상담·조정 또는 불법채권추심방지 활동 목적



예외 조항 * 채무 액수 및 존부를 다투는 경우

(채무자 직접연락조항) * 채무상환 거절시

* 채무불이행 사실 인정시

* 채무자가 도의한 경우

* 채권자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리인에게 연락하지 못하는 경우

(자료 : 법안 원문)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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