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불허했던 방침에서 인수 가능으로 입장을 바꾼 상황이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6일 전북 남원 서민금융지원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정한 자격이 있는 대부업체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토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인수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대부업계는 장고에 빠졌다. 인수 허가는 맞지만 ‘조건부 허가’이기 때문이다.
8일 금융당국 및 대부업계에 따르면 이번 발표에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허가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저축은행 인수 후에는 신규대출 금지 조항이 포함돼있다. 정확히는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체가 신규대출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인수 저축은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실상 대부업을 포기하라는 얘기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발전방향 T/F에서는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신규대출을 인수 저축은행을 통해 실시토록 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저축은행들의 수익성 담보가 요원한 상황에서 사실상 대부업을 포기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당국의 방침이 나옴에 따라 고심이 가득하다. 현재 저축은행 인수 의향을 보이거나 행동에 나선 곳은 러시앤캐시의 모그룹인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을 비롯해 웰컴크레딧(이하 웰컴론) 등이 있다. 특히 웰컴론은 지난달 21일 실시된 예성저축은행 매각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곧 발표되는 저축은행 발전방향 T/F의 내용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현재 상당한 장고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저축은행을 통해서 신규대출을 영위해야 한다는 규정 포함이 알려짐에 따라 웰컴론에서 최근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며 “저축은행 인수가 허가됐지만 대부업계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간 저축은행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금융당국의 발표 이후 인수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대부업 축소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알려진 가운데 세부적 내용을 확인한 뒤 행보를 나아갈 방침인 것. 아프로파이낸셜그룹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이번주 중 발표되는 T/F의 세부내용을 확인하고 향후 저축은행 인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