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업계 현실반영, 투자권유 요청만으로 방문판매 물꼬
증권사의 방문판매가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문판매영역은 계좌계설 등 단순업무에만 한정된 상황. 하지만 관련법 개정이 이달중으로 시행되면 계좌계설뿐 아니라 주식, 랩, 파생상품 등으로 그 대상이 확대된다. ODS(outdoor sales)는 아웃도어세일즈의 약자로 영업직원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 태블릿PC 등을 통해 개인고객 계좌를 개설하거나 주식, 금융상품 등을 파는 일종의 전자영업시스템이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 ODS가 방판법 적용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청약철회가 가능한 규정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지난 4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증권사도 보험사처럼 방문판매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넣어 논란이 일단락됐다. 최근 공정위, 금융위, 이종걸 의원실이 ‘공포 6개월 후 시행한다’는 부칙을 ‘즉시시행’으로 수정키로 합의함에 따라 관련 개정안이 9월 정기국회를 통과할 경우 연내 시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또 개정안에는 방문판매요건을 투자자의 방문요청에서 투자권유요청으로 수정하며 가격, 특정 금융상품을 명시하지 않아도 투자권유요청의 의견만으로 ODS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 리테일 혁신 차원 신규 고객확보 보다 효율성 강화 기대
증권사가 ODS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리테일불황과 무관치 않다. 거래대금침체로 핵심수익원인 브로커리지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 그 여파로 고정비용부담이 뒤따르는 오프라인 지점 쪽은 졸지에 수익성을 갉아먹는 애물단지가 됐다. 이 같은 리테일불황이 장기화되자 ODS시대가 개막하기도 전에 많은 증권사들은 이미 서비스를 시행중이거나 시스템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의욕적인 곳은 리테일혁신에 적극적인 증권사다. 선제적 리테일구조조정으로 호평을 받았던 미래에셋증권은 일찌감치 전자영업시스템인 ‘스마트 맵스(Smart Maps)’를 내놓았다. 이는 영업직원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 태블릿PC로 종합계좌 개설을 할 수 있는 전자영업시스템이다. 지점방문없이도 태블릿PC에서 구현되는 전자문서와 전자서명을 통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앞으로 자산관리상담, 계좌개설, 상품가입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자산관리서비스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개 지점을 정리한 우리투자증권은 우리M파트너를 추진중이다. 1차 포트폴리오 상담, 2차 금융상품 판매기능개발을 완료했으며 최종단계인 주식, 파생거래매매 쪽으로 개발을 끝내고 테스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개 지점을 통폐합한 한화투자증권은 이미 종합자산관리 시스템 ‘Mobile Magic Cube’가 탑재된 태블릿PC를 PB들에게 제공하고 아웃도어세일즈를 진행중이다. 대규모 지점통폐합을 검토중인 교보증권은 지난달 30일 태블릿PC를 통한 직접 방문서비스인 ‘Mobile K’ 서비스를 오픈했다. 준비기간만 6개월이 걸렸으며 고객을 직접 방문하여 태블릿PC에서 구현되는 전자문서와 전자서명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업무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영업직원이 외부에서 쉽고 편리하게 고객관리, 영업자료 조회, 일정관리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됐다. 이에 따라 업무범위도 법인 계좌개설, 주가연계증권(ELS) 및 파생결합증권(DLS) 등 다양한 금융상품, 고객 컨설팅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이밖에도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올초부터 모바일 기기를 통한 방문 계좌개설 및 상품가입 서비스인 ‘스마트Pro’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ODS가 침체된 리테일 회생시킬 특효약으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아이엠투자증권 이고은 연구원은 “직원입장에서는 영업이 수월하고 고객입장에서 편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온라인 자산관리가 활성화되지 않는 키움의 사례에서 보듯 ODS때문에 영업실적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ODS가 시행될 경우 애초에 기대했던 신규고객확대 등 매출증가보다 리테일혁신을 통한 비용절감효과가 더 클 전망이다. 대형증권사 리테일 본부장은 “엄밀히 말하면 방문판매의 경우 신사업개척이나 신규고객확보 등 매출증가보다 리테일혁신에 따른 비용절감효과가 더 크다”며 “지점축소 등 고정비용을 줄이는 대신 그 공백을 방문판매로 충분히 메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