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관련 T/F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관련 업계에서 제시했고, 업계 의견 수렴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채권추심에 대한 제재 강화 기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채권추심업계에서는 불법적으로 채권을 매입, 추심을 실시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권추심업무 제재 강화뿐 아니라 금융채권만 매입·추심해야 하는 대부업계가 렌탈 등 공공재 채권까지 매입해 불법추심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채권추심업무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강화 기조는 일정부분 공감한다”며 “그러나 대부업체가 매입할 수 없는 채권을 매입해 추심을 실시하는 경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품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대부업체가 추심할 수 없다”며 “부당채권추심이 지적되고 있어 업계가 자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업체의 상거래채권 매입 및 추심도 치안당국에서 제재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부당채권추심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이 채권추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업체의 불법채권 매입·추심 근절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 부당채권추심 연 평균 4300여건…상거래채권 대부분
부당·불법채권추심에 대한 지적은 한두 해 나온 얘기가 아니다. 부당채권이란 사업자의 부당행위로 인해 발생한 계약사실이 없는 채권, 변제완료 채권, 법정대리인 동의 없는 미성년자 계약 등으로 야기된 채권을 지칭한다. 부당채권추심이란 부당채권을 소유한 채권자가 변제 의무가 없는 소비자들에게 추심을 실시, 경제·정신적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부당채권추심의 또 다른 말은 불법추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소비자상담센터가 접수한 부당채권추심 관련 상담건수는 1만2941건에 이른다.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누적 상담건수는 2000여건 더 늘어난 상태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자료를 보면 부당채권추심 관련 소비자 누적 상담건수는 1만5154건으로 2012년말 보다 2213건 증가했다. 연 평균 상담건수도 4300건 이상이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난 3년간 부당채권추심 관련 연 평균 소비자상담 건수는 4314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수치는 2010년 4550건, 2011년 6147건, 2012년에 2244건으로 나타났다.
소비자피해 유형도 부당매출채권 추심이 가장 많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작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부당채권추심 관련 상담건수 중 사업자 부당행위로 발생한 매출채권 추심이 56.11%(1259건)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사업자 부당행위로 인해 발생한 추심이 가장 많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작년 소비자상담건수 2244건에 대해 각각의 피해유형을 복수로 분석한 결과, 사업자부당행위(청약철회·계약해지, 계약사실없음, 대금변제 완료, 미성년자 계약, 임의계약체결 등)로 인한 부당채권추심이 총 63.3%(1421건)의 비중을 보였다. 부분별로는 청약해지 거절이 24.4%(547건)로 가장 많은 건을 기록했다. 이어 계약사실없는 대금 청구(19.1%), 변제완료 대금 청구(10.8%), 법정대리인 동의없는 미성년자 계약(5.3%), 사업자 임의계약체결(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부당행위 부당채권추심 외에는 부당이자청구가 45.0%(1010건)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소멸시효경과(43.5%), 불법채권추심(8.2%), 부도·폐업 후 부당청구(8.2%) 등에 따른 부당채권추심 피해가 접수됐다.
부당채권추심 피해채권 종류로는 상거래채권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작년 상담건수 중 품목 분류가 가능한 1652건을 분석한 결과, 휴대폰 관련 통신서비스 피해가 15.38%로 가장 많은 피해를 유발시켰다. 이어 건강기능식품(14.47%), 정수기/렌탈(9.6%), 화장품세트(5.99%), 각종 회원권(4.72%), 유선·위성방송(4.24%), 학습지(2.60%), 전집물/교재류(1.27%), 비데/연수기(0.7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거의 대부분이 상거래 채권인 것. 한국소비자원 측은 “부당채권추심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에게 ‘게약체결’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고, 계약 및 청약철회 관련 증빙서류를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며 “채권추심을 당할 경우 추심업자에게 계약서·영수증 등 근거자료를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대부업체 상거래채권 매입 성행… “관련 조사 및 제재 필요”
채권추심업계에서는 부당·불법채권추심 근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상거래채권의 매입·추심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부당채권추심 해당 채권으로는 상거래채권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업체가 상거래채권을 불법으로 매입, 추심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 현재 대부업체가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은 대부계약에 따른 채권. 즉, 금융채권에 한정돼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2조 1항을 보면 대부업체는 대부계약에 따른 채권을 양도 받아 이를 추심하는 것을 명시했다. 양도자도 대부업자 및 여신금융사로 한정했다.
한마디로 물품대금 등 상거래채권의 매입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상거래채권 매입이 불가능하기에 관련 추심은 더더욱 할 수 없다. 그러나 채권추심업계에서는 현재 대부업체들이 상거래채권을 불법 매입·추심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는 “정수기 렌탈료, 책값 등의 상거래채권을 대부업자가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업체는 금융채권 외 채권 매입이 불가능하며, 이는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법 112조 1항을 보면 ‘타인의 권리를 양수하거나 양수를 가장해 소송·조정 또는 화해, 그밖의 방법으로 그 권리를 실행함을 업으로 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며 “상거래채권 매입·추심을 할 수 없는 대부업체가 이를 매입·추심한다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부업체의 상거래채권 불법매입·추심이 성행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높은 가운데 추심업계에서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치안당국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비판한다. 채권추심업무 제재 강화뿐 아니라 대부업·변호사법을 통해 관련 채권 불법매입·추심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 기경민 신용정보협회 부장은 “정수기 렌탈료 등 상거래채권의 불법매입·추심은 사회악”이라며 “그러나 금융당국 및 경찰의 행보를 보면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추심업무 제재가 확립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거래상 불법행위 적발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부분을 근절하지 않고 채권추심업무에 대한 제재만 강화한다면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부업체 관련 채권매입 규정 〉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