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이 GA와의 위탁계약서 상에 일정한 실적 기준을 정하고 이를 넘기지 못했을 경우 계약을 임의대로 해지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중소 GA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A생보사의 ‘법인대리점 수수료 지급 지침’에 따르면, “회사와 제휴(계약) 관계 종료 이후에는 ‘어떠한’ 수수료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 들어있다. 별도의 단서 조항이 없어, 보험사와 GA간 계약이 종료될 경우 소속 설계사들은 보험계약자들과 맺은 보험계약이 유지되고 있어도 유지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더욱이 문제는 보험사들이 GA와의 위탁계약서 상에 ‘계약유지 최저기준’을 둬, 보험사에서 제시하는 일정한 실적 기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 보험사 임의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는 점이다.
GA업계 관계자는 “대형GA들의 경우 보험사에서 제시하는 실적을 맞출 수 있으나, 지방에 위치한 중소GA의 경우 이러한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특정 회사의 상품이 다른 상품들에 비해 메리트가 없거나 경쟁력이 낮아 팔리지 않는 경우에도 불똥은 GA와 소속 설계사에게 튀게 된다”고 말했다. 상품성이 떨어져서 팔리지 않는 상품인 경우에도 보험사에서 실적을 근거로 계약을 임의대로 해지하거나 이를 통해 유지수수료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B생보사의 GA와 위탁계약서상 ‘계약유지 최저기준’에 따르면 “법인대리점이 동(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으며, 계약해지 기준은 계약해지 전전월 기준 6개월 평균실적이 △월납월초 500만원 미만시 △환산TP 650만원 미만시 △2~13회 합산유지율이 980% 미만시(단, 고액건 등 고려)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보험사는 GA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보험설계사에 대한 위촉계약은 표준화된 기준이 존재하지만 GA와 보험사간에 맺어지는 위탁계약서는 표준화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대형GA의 경우 오히려 보험사에 갑으로 군림하면서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이는 지극히 일부일 뿐 대다수 중소형 GA들은 무조건 ‘을’일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불공정계약들로 인해 소규모 GA들이 뭉쳐 각종 문제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지사형GA로 변모하는 등의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GA의 경우 보험사에서 사무실 운용비용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계약서상 불공정한 내용이 있더라도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이외에도 GA업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수수료체계 변경에 대한 보험사들의 통보체계다. 일부 보험사들이 수수료체계가 변경되는 날 통보하거나 혹은 적용일자가 지난 이후에 통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체계가 변경되면 GA들은 지방의 각 지점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설명과 적용 여부의 타당성 등을 따져 각 설계사에게 숙지시키는 등의 일련의 과정이 필요한데, 일방적인 통보로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생·손보협회와 대리점협회 등이 모여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예방을 위한 준수규약’을 만들며 수수료지급기준 변경시 사전에 협조하도록 했지만 강제규약이 아니기 때문에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준수규약이 만들어졌지만 문서상 정확한 기간도 적시하지 않았을 뿐더러 암묵적으로 합의된 기간인 30일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곳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갑’과 ‘을’의 관계를 떠나 업계내부에서의 신뢰가 구축이 돼야 보험업계 전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도 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