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배상책임만을 담보하는 일반보험의 경우 1년만기 상품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반면, 장기보험 상품은 보장하는 기간이 길고, 다른 특약사항을 넣을 수 있어 수수료가 높은 만큼 판매과정에서 장기보험 상품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감독당국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해 장기상품 판매 시 계약자들에게 일반보험에 대한 설명을 받았는지 ‘상품비교안내서’에 서명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 장기상품 인가 “드디어”…단독형, 종합형 잇따라 출시
보험업계에 따르면 5일 한화손보를 시작으로 삼성·현대·동부화재가 장기 화재배상책임보험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으며,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화재배상책임보험은 화재 또는 폭발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보상하도록 하는 보험으로,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장기보험 상품은 ‘화재배상책임보험’을 기본계약으로 하는 단독형과 여기에 특약을 통해 화재실손, 화재상해사망후유장해, 시설소유자배상책임, 점포휴업 등을 보장해주는 종합형으로 이루어져있다. 설계에 따라 만기환급금도 받을 수 있으며, 계약기간은 3년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이전에도 다양한 특약들로 보장이 가능한 장기상품들이 많이 판매됐었던 만큼 장기상품 출시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금감원 “장기상품 가입유도 방지책 마련”
일반보험에 비해 장기보험 상품의 인가가 늦어진 이유는 특약이 들어있는 종합형에 대한 판매허가와 판매가 될 경우 상품설명 방안에 대한 의견조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보험사가 화재배상책임보험 외에 다른 내용(특약형)을 강요할 수 없도록 정해놨기 때문인데, 이는 화재배상책임보험이 의무보험으로 규정돼 불필요한 보험가입 권유를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일반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1만원 안팎으로 설계사들의 판매 유인이 없어 ‘단독 실손보험’처럼 판매가 쉽지 않다며 장기보험의 판매를 허용해 줄 것을 주장해 왔다.
실제 계도기간이라는 단초가 붙기는 하지만 일반보험의 판매가 부진하다고 손보사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금감원은 장기보험에 대한 인가를 해주는 대신 보험사들이 수수료가 높은 장기상품으로 판매를 유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장기상품 판매 시 반드시 일반보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를 안내받았다는 계약자의 자필서명을 받도록 하는 ‘상품비교안내서’를 기초서류에 포함하도록 했다. 장기보험 상품을 판매할 경우 반드시 일반보험 상품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중이용업소의 업주가 가입하고자 하는 조건을 판단해 일반보험과 단독형, 종합형에 대한 보험료를 각각 산출해 상품설명서 상에 기재하고 고객에게 확인서명을 받아야 한다”며, “당초 단독 실손보험이 나오면서 판매저조를 우려해 통합 실손을 판매할 경우 반드시 비교설명하라는 당국의 권고가 내려왔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이러한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당국 조치, 실효성은?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책이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교안내를 통해 어느 정도 장기보험 가입유도를 막을 수는 있지만 비교안내 확인서만 가지고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가입 시 계약자들이 서명해야하는 서류들이 많아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다 설계사들이 장기쪽으로 유도할 경우 계약자들은 결국 그쪽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장기상품 판매 시 반드시 비교해 설명하도록 기초서류상 기재항목에 넣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기초서류 위반사항에 걸려 장기상품으로 유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보험과 장기상품은 특이점이 다르기 때문에 계약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상품의 경우 화재발생시 다양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칫 보험료수입과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소비자의 선택권에 앞서 장기상품으로 유도하는 측면을 배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