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민원, ‘절대건수 줄이기’는 위험](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30410222215123747fnimage_01.jpg&nmt=18)
요즘 최수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민원 감축을 천명하면서 금감원은 물론 보험사들도 비상이다. 수석부원장 시절부터 금융민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험민원을 체감하고 원장이 되자마자 민원감축을 목표로 잡았다고 한다.
보험가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같은 방침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단, 절대건수 줄이기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가시적 성과를 내기위해 절대건수 줄이기에 치중하는 순간 보험영업현장이 더 혼탁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보험범죄 사례를 보면 보험사기범 중 상당수가 금감원 민원을 협박의 무기로 삼는다. 민원이 걸리면 보험사는 금감원으로부터, 지점 및 설계사는 본사로부터 빨리 해결하라는 압박을 받으니 민원인을 찾아가 금전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사에서 나서 가입자에 각서 쓰게 한 뒤 얼마를 지급하면 다행이고 보험사가 못 주겠다고 버티면 중간에 낀 설계사가 자기 돈으로 수습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이점을 노려 보험가입과 민원을 주업으로 삼는 ‘꾼’들도 생겼다. 연차 높은 설계사들 사이에선 이런 ‘꾼’들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절대건수 줄이기에 치중해 금감원에서 보험사로, 본사에서 지점 혹은 설계사를 압박하는 불행의 top down이 시작되면 보험영업현장에선 ‘뒷거래’만 남는다. 모집문화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암울해지는 셈이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란 용어가 보험에서 시작됐듯이 보험은 태생적으로 민원과 사기위험이 많은 업종이다. 필요성을 깨닫고 가입하기보다는 누군가가 권유해야지 가입하는 ‘푸쉬형 상품’인데다 상품내용도 쉽지 않아 완전히 이해토록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사고 나면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니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당연히 높다.
그렇기에 민원의 속성을 판별하고 보험사에게 책임을 묻기 힘든 협박성 민원 등을 걸러내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금감원은 민원감소 방침과 함께 악성민원과 책임을 묻기 힘든 민원을 선별하는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컨슈머 보호는 금감원의 당연한 업무이나 그 컨슈머에서 블랙컨슈머는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