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매수 기조 ‘뚜렷’, 중국계자금 신매수주체로 등장
외국인이 순매수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증시도 봄날이 올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주체도 유럽계, 미국계자금에서 중국계자금으로 수급이 다양해지면서 외인 추가순매수에 대한 기대도 부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상장주식 1.5조원, 상장채권 3.5조원 등 주식, 채권시장에서 총 5조원을 순매수했다. 주식채권 통틀어 월말잔고는 지난 2012년 12월말 총 502.6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개월만에 다시 최대치 경신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증시에서 변덕스런 매매패턴을 보였던 외국인의 순매수기조가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기간별 매매현황을 보면 외국인은 2.1.∼2.10. △1699억원, 2.11.∼2.20. 6007억원, 2.21.∼2.28. 1조768억원으로 중후반으로 갈수록 순매수규모를 늘렸다. 2월초순까지는 환율 변동성 심화, 북핵우려 등으로 내다팔았으나 중순 이후 글로벌 경제지표 개선 및 환율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며 순매수규모를 늘렸다. 특히 북한 핵실험 강행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국적별로 유럽계자금은 2012년 12월 2조1313억원 → 2013년 1월 △5779억원 → 2월 1774억원으로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반면 미국계자금의 경우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지수변경에 따른 영향으로 2012년 12월 1조4328억원 → 2013년 1월 △1조1896억원 → 2월 △3249억원으로 2개월 연속 팔았다.
국가별로는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12년 12월 6942억원 → 2013년 1월 5394억원 → 2월 1조2380억원으로 지난 2012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수(총 3조원)했다. 이는 순매수 규모로는 역사상 최대로 국가외환관리국(SAFE), 중국투자공사(CIC), 적격내국인기관투자가(QDII) 등 중국 큰 손들이 최근 한국주식편입을 빠르게 늘렸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7개월 연속 순매도(총 △0.8조원)하기도 했다.
◇ 위험자산선호 강화, 여전히 환율이 변수
전문가들은 미국다우지수가 역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자금이 위험자산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의 추가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은 “최근 미국 자금흐름동향을 보면 MMF로부터 이탈한 자금의 목적지는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해외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본토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규모를 상회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세 강화와 이에 따른 대형주의 상대적 강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동부증권 노상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에 대하여 이견이 없는데다 미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며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 인식에 기반한 외국인 매수는 이어질 수 있으며 최근 최대수급주체로 떠오른 중국자본의 국내 유입도 일회성에 그치기 보다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이 환율에 따라 매매패턴을 조율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신증권 박중제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태도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환율로 원/달러 환율이 1080원을 넘어서기 시작한 시점부터 순매도 규모를 줄어더니 1090원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순매수로 확실히 전환했다”며 “환율의 상승으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기대 환차익이 줄었고 오히려 신규매수를 통해 기대되는 환차익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또 “원/달러 환율이 1080원선을 크게 이탈하며 하락하지 않으면 외국인들은 환율민감업종인 자동차,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순매수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