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현상 등으로 중소기업 그룹 내에서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책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신용도는 낮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우량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중견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경기부진 속 중소기업대출 증가율 둔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 권우영 선임연구원은 6일 ‘국내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확대의 기회와 위험’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 장기화로 중소기업에 대한 국내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행태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말 1.3%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됐으며, 2009년 말부터는 명목 GDP성장률을 꾸준히 하회하고 있다.
이는 여타 대출에 비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소기업대출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해 국내 은행의 경기순응적 대 출 행태가 강화된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경기 여건이 양호했던 금융위기 이전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11.8%로 가계 및 대기업대출 증가율을 상회했으나 위기 이후 1.9%로 여타 대출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권 선임연구원은 “향후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의향을 나타내는 대출태도지수가 지난해 4분기 0에서 올해 1분기 -3으로 하락하는 등 중소기업에 대출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중기대출 확대시 긍정적 요인은?
그러면서 그는 “은행경영 측면에서 중소기업대출의 확대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존재한다”는 색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저성장-저수익 국면이 지속됨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은 새로운 사업 분야와 고객 대한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불황 기에 유망 중소기업 성장에 대한 지원은 경기회복 시 은행의 신규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소기업대출의 가산금리가 가계대출 대비 높게 형성되어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할 유인이 존재한다”강조했다. 아울러 “그동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가 시차를 두고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왔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2002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은행권은 크게 2차례에 걸쳐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히 확대했으며, 이후 시차를 두고 부실채권(NPL)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반 복해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08~2009년의 경우, 중소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정책당국의 독려 등으로 중소 기업대출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했으며, 이는 NPL 비율의 상승으로 귀결됐다. 당시 국내 은행의 중기대출 NPL비율은 2008년 1.93%에서 2009년 1.80%, 2010년 3.11%로 나타났다.
◇ 부실 증가요인 잠재 부담스러운 요인도 존재
권 선임연구원은 “경기부진으로 중소기업의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대출확대가 향후 부실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은행이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제반 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 확대요인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대출과정에서 신용평가를 철저히 하는 등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다만 경기 사이클에 따라 중소기업 부실 문제가 반복적으로 부각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유망 중소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향후 은행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 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구정한 연구위원도 “경제전망이 좋지 않아 부실 중소기업 증가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을 공감”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간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성장가능성 높은 중소기업 발굴 지원 강화”
구 연구위원은 “신용도는 낮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우량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중견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책금융지원을 성장가능성이 있는 초기기업에 집중하고 성장단계에 맞춰 점진적으로 축소하거나 또는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지원을 확대해 우량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