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지난 8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통해 각 보험사에 단독 실손보험상품을 내년 1월 1일부터 판매토록 했으며,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단독상품 판매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따로 개발이 필요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출시에 큰 어려움은 없으며, 1월 2일 판매를 앞두고 생·손보사 모두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격이 저렴한 만큼 설계사 채널뿐 아니라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손보험은 올해 3월 기준으로 가입자가 2500여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가입할 정도로 ‘국민보험’으로 자리 잡았으나, 손해율(위험보장보험료 대비 지급되는 보험금)이 119%(FY2011)에 달하는 등 급증해 갱신보험료 폭탄이 예고되면서 당국이 개선작업에 나섰다.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은 △실손 단독상품 출시 △자기부담금 다양화 △보험료 및 보장내용 변경주기 현실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은 기존에 실손보장이 포함된 통합상품과 실손의료비 담보만 따로 떼어낸 1~2만원대의 단독상품 중에 선택할 수 있으며, 자기부담금 역시 10%와 20% 중에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또 갱신 시기를 3~5년에서 1년으로 축소해 보험료 상승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15년마다 보장내용도 현실에 맞게 변형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제도개선을 통해 보험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자기부담금 상향조정으로 과잉진료를 방지하는 등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세제혜택 등 단독 실손보험의 판매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 “당국의지만큼 판매 쉽지는 않을 것”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당국의 기대만큼 단독 실손보험이 활성화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독형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1~2만원대로 설계사들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기존의 7~10만원대의 통합상품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같은 노력을 들여 더 저렴한 상품을 판매할 설계사는 거의 없다”며, “개선대책이 나오기 이전부터 단독상품 출시에 대한 보험사의 입장이 부정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점의 실적도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형식으로 셀링포인트를 잡아 보장범위가 더 넓은 상품을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실손의료보험의 상품 가입시 단독상품과 통합상품의 보험료 비교에 대한 안내를 의무화 하는 등 상품에 대한 비교와 안내를 강화할 방침이지만 실상 영업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질지 미지수란 얘기다.
◇ 1년 갱신, 보험료 부담 더 크다?
갱신시기 축소에 대한 지적도 많다. 당국은 3~5년 주기의 갱신상품은 손해율 등으로 보험료가 상승할 경우 그만큼 보험료 부담이 커, 이를 1년으로 나눠 충격을 완화시키려는 것인데, 조삼모사격이라는 지적과 함께 오히려 3년 갱신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품의 경우 여러 담보가 포함되어 있어, 실손담보에 대한 실질적인 손해가 다 반영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측면에서 가시산정을 하기 때문에 사고발생이 낮은 담보를 통해서 상충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단독상품의 경우 이러한 부분이 없이 손해율도 단독으로 반영이 되기 때문에 보험료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손해율에 따라 더 많이 올라갈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손해율도 그렇지만 사업비 역시 여과 없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15년마다 보장내용 개선… 소비자에 유리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보장받고 싶어 하는 치료항목이나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개편, 의료환경 변화 등을 탄력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내년부터 가입하는 실손보험 상품에 대해서는 15년마다 보장내용을 개선해 재가입 절차를 진행토록 했다.
또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장연장을 가능하게 하고, 더 좋은 상품이 나왔을 경우 상품 변경도 가능토록 했다. 가입 이후, 질병에 걸렸을 경우에도 보장내용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재가입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추진된다.
그러나 향후 가입금액, 보장범위 등 보장내용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 보험과 관계자는 “보장내용이 축소될 가능성도 분명 있다”며, “그러나 재가입 시 해당연도의 표준약관에 따라 변경되며, 재가입 거절 등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 방안들을 마련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준약관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기 때문에 가입금액 등이 내려갈 경우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암보험 상품만해도 갑상선암, 경계성종양 등은 과거에 비해 보장금액이 매우 낮아진 상태”라며, “향후 보장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재가입 시점에 보장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을 판매시점에 명확하게 안내토록 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단독형 실손보험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손보험도 보장이 제외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조건 기존의 계약을 해지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일반적으로 통합보험에 비해 보장범위가 적어 보장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